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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규제혁신단 200명 중 퇴직관료가 150명… 규제 풀 생각 있나

입력 2022-06-15 00:00업데이트 2022-06-1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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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는 어제 퇴직 공무원 150명과 연구기관 및 경제단체 관계자 50명으로 구성되는 규제혁신추진단을 총리 직속으로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업의 규제 개선 건의를 검토하는 규제심판제를 도입하는 한편 대통령이 주재하는 규제혁신전략회의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이를 통해 덩어리 규제를 풀고 신산업 추진에 따른 갈등을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규제 개혁이 곧 국가의 성장”이라고 강조한 뒤 나온 것이다. 하지만 퇴직 관료를 앞세워 규제혁신기구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역대 정부에서 번번이 개혁에 실패하고도 여전히 원인을 모르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도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가 규제 심사를 총괄하고, 국무조정실이 부처 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껏 규제 개혁이 실패한 것은 조직이나 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공무원들이 수박 겉핥기식 소통으로 자기 실적 채우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관치에 익숙한 퇴직 관료들이 미래 산업을 이해하며 파괴적 혁신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최근 전기차, 드론,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 규제 33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이처럼 기업 현장에서 애로를 호소하는 ‘신발 속 돌멩이’를 빼주는 것은 개별 부처가 평소 해야 할 일들이다. 인플레이션 공포와 경기하강이 겹친 위기 국면에서 추진하는 범정부 차원의 규제 개혁은 보다 큰 틀의 과제에 집중돼야 한다. 수도권 규제, 서비스 규제, 노동 규제 개혁처럼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꿔 성장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분야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규제를 권한으로 여기는 퇴직 관료를 대거 동원하는 식으로는 각종 심사를 복잡하게 만들어 더 많은 규제를 양산할 수 있다. 현행 규제 샌드박스는 규제를 일시 유예해주는 방식인 데다 부가 조건이 많아 기업 활동을 어렵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규제 심사를 먼저 통과한 기업만 기득권을 누리고 후발 기업이 진입장벽에 부딪히기도 한다. 규제 개선 건수만 따지는 관 주도 개혁으로 생긴 부작용들이다. 민간이 들러리를 서는 규제 개혁으로는 ‘국가의 성장’이라는 성과를 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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