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한 도시환경 만들기 효과… 산림청, 전국 351곳 도시숲 조성
내년에만 200ha 추가 조성하기로… 초등학교 주변엔 나무 심어 숲길
아이들 통학때 교통안전 도움… 전국 가로수길도 대폭 정비 방침

“어휴, 오늘은 그냥 구내식당에서 먹읍시다.”
대전 서구 정부대전청사에서 근무하는 김모 사무관(47)은 여름철 점심시간만 되면 마음을 졸였다. 청사 밖 식당으로 갈 때마다 콘크리트 보도와 아스팔트 도로에서 올라오는 지열(地熱)과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했던 것. 식사 후 사무실로 돌아오면 땀에 흠뻑 젖은 와이셔츠를 말리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 언제부턴가 김 사무관은 여름철 점심을 청사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기 시작했다.
○ 도시의 허파와 혈관, 도시숲

산림청과 울산시가 미포지구(북구 연암동) 산업단지 인근에 6.3ha 규모로 조성한 ‘미세먼지 차단 숲’도 대표적인 도시숲이다. 이곳은 미세먼지 저감에 우수한 ‘성능’을 내는 해송, 가시나무, 느티나무 등 44종 9만1207그루의 나무가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시민들의 쉼터는 물론이고 소음과 공해를 줄이고, 도심으로 가는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 미세먼지 차단 숲 같은 ‘완충 녹지’는 도심의 미세먼지 농도를 최대 30% 감소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는 ‘바람길 숲’도 만들고 있다. 바람길 숲은 낮과 밤의 기압 차를 이용해 도시 외곽의 찬 공기를 도시 안으로 들여오도록 설계된다. 이 과정에서 공기의 순환이 이뤄지고 미세먼지 등 대기 오염물질은 자연스럽게 배출된다. 바람길 숲은 분지 지형으로 대기오염 물질의 정체 현상이 심각했던 독일 슈투트가르트가 1970년대에 조성하면서 전 세계로 확산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도시숲이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한다면, 바람길 숲은 혈관 역할을 한다”며 “숲이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보는 숲에서 즐기는 숲으로

‘자녀안심 그린 숲’이라 불리는 이 도시숲은 대기오염에 취약한 어린이들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숲길을 제공한다. 차량 배기가스와 미세먼지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고, 인도와 차도를 숲으로 분리하면서 교통안전 기능까지 수행한다. 지난해 부산 등 전국 초등학교 50곳 주변의 찻길이 숲길로 탈바꿈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올해부터 매년 80곳에 조성할 예정인데, 조성을 요청하는 학교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시숲은 ‘보는 숲’에서 ‘즐기는 숲’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전도시철도 1호선 정부청사역 인근 둔지미공원 숲은 마레트골프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신종 스포츠인 마레트(맬릿·Mallet)골프는 도심 공원 경기장에서 작은 망치로 즐기는 퍼팅형 골프로 현재 대전에서만 수백 명의 동호인들이 즐기고 있다. 산림청은 이와 같은 도시숲을 올해 전국 351곳(531ha)에 조성하고, 내년에는 서울 여의도 면적(290ha)의 약 70%인 200ha의 도시숲을 만들 계획이다.
○ 우리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숲, 가로수

송 씨의 말처럼 가로수는 우리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숲이다.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탄소를 흡수하고 미세먼지를 줄여준다. 삭막한 도심에 푸른 색감을 더하면서 도시의 품격도 높여준다.
그러나 모든 길이 청주 가로수길처럼 시민들의 사랑을 받진 않는다. 도심 속 가로수 대부분은 도로 확장 등 개발 사업과 민원으로 각종 수난을 당하고 있다.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로 통째로 잘려나가거나 무분별하게 가지치기를 당할 때도 있다. 철저한 계획 없이 ‘관상용’으로 가로수를 조성하다 보니 좁은 공간에서 가지를 뻗지 못하고 죽어가는 가로수가 부지기수다.
이제 산림당국은 가로수도 ‘숲길’의 일부로 인식하고 가로수를 잘 관리하는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주며 도시숲으로 가꿔 나갈 방침이다. 임하수 산림청 산림복지국장은 “미세먼지 차단 숲과 자녀안심 그린 숲, 가로수 등이 도시 속에서 한데 어우러져 우리의 삶을 응원하는 도시숲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