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2일 한국과 브라질 간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A매치)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손흥민에게 체육훈장 청룡장을 직접 수여했다. 경기에 앞서 그라운드에서 진행된 훈장 수여식에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2002 한일 월드컵 4강의 주역인 안정환, 박지성 등이 참석했다.

훈장 수여 후 윤 대통령은 서울월드컵경기장 내에서 열리고 있던 2002 한일 월드컵 20주년 기념 사진전을 둘러봤다. 2002 월드컵 멤버인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의 설명을 들으며 사진을 보던 윤 대통령은 당시 조별리그 첫 경기 폴란드전 사진 앞에서 “내가 폴란드전 보러 부산까지 갔다”며 “(스코어가) 3-1이었나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이 대표는 “2-0이었습니다” 하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스페인과의 8강전 사진 앞에선 “이걸 내가 집에서 봤는데 밖에 나가니 난리도 아니더라”라고 했고, 독일과의 준결승전 사진을 보면서는 “0-1로 졌죠? 열을 받아서 술 엄청 먹었다”며 웃었다. 윤 대통령은 기념 촬영 때 옆자리의 거스 히딩크 전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광주에 ‘히딩크’ 이름을 딴 호텔이 있는 것 아십니까” 하고 묻기도 했다. ‘히딩크 컨티넨탈 관광호텔’이 광주에 있다.

윤 대통령은 사진전 관람 후 히딩크 전 감독, 2002 월드컵 4강 주역들과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 등이 중국이 포기한 2023년 아시안컵 대회를 한국이 개최하는 방안을 제안하자 윤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 뒤 한국과 브라질의 A매치를 관전했다. 경기 시작 전엔 양 팀 벤치를 찾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격려했다. 브라질 벤치를 떠나면서는 엄지를 세워 보였다.
앞서 이날 대한축구협회는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2002 월드컵 20주년 기념 오찬을 가졌다. 2002년 당시 대한축구협회장이었던 정몽준 협회 명예회장과 히딩크 전 감독, 대표팀 주장이었던 홍명보 울산 감독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홍 감독은 “20년이 참 빨리 지나간 것 같다. 20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한국 축구가 많이 발전했다”며 “이번 카타르 월드컵이 다시 한 번 국민들을 기쁘게 해줄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히딩크 전 감독은 2002 월드컵 당시 대표팀 코치였던 핌 베어벡(1956~2019)과 선수로 뛰었던 고 유상철(1971~2021) 전 인천 감독에 대한 추모 묵념을 제안하기도 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