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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인간사회의 ‘갈등 해결사’가 될 미래 로봇[세상 바꾸는 과학/한재권]

한재권 한양대 에리카 로봇공학과 교수
입력 2022-05-16 03:00업데이트 2022-05-1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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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공학자가 본 ‘로봇의 미래’
한재권 한양대 에리카 로봇공학과 교수
로봇은 기대감과 두려운 감정이 동시에 드는 흔치 않은 대상이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로봇이 대신 해주는 장면을 상상하면 내 삶은 보다 더 편해질 것 같다. 그런데 인간의 일을 로봇이 대신 한다는 것은 다른 면으로 보면 로봇이 인간의 일을 빼앗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 일이 내 일이라면 로봇의 등장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식당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베어로보틱스의 서빙로봇 ‘서비’. 사진 출처 베어로보틱스
더구나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은 인간의 비대면 상황을 요구했고 그 결과 비대면 서비스를 하는 로봇 기술과 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제 로봇이 커피를 내리거나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장면은 흔한 풍경이 되었다. 글로벌 기업들도 앞다투어 로봇 산업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로봇에 대한 투자도 공격적으로 늘고 있어 로봇의 본격적인 등장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로봇이 전 방위적으로 쓰이기 시작하면 인간은 실업자가 될 것인가? 이 질문에 정확하게 답을 하려면 로봇이 어떤 일을 잘하는지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모라벡의 역설’. 즉, ‘인간이 잘 못하는 일은 로봇이 잘한다, 그 대신 인간이 잘하는 일은 로봇이 잘 못한다’는 역설적인 말은 로봇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통찰력 높은 글이다. 로봇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 로봇이 인간보다 우월해져서 인간의 모든 일을 다 대신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로봇이 못하는 일이 상당히 많다. 로봇이 못하는 일을 상상하기 어렵다면 모라벡의 역설을 적용해서 인간이 자연스럽게 잘하는 일을 생각하면 된다.

즉흥적이고 감성적이며 임기응변이 필요한 일은 인간이 잘하는 일이다. 인공지능은 현재까지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결과를 유추하는 기술이지 인간처럼 즉흥적이고 창조적으로 답을 내지 못한다. 정해진 규칙과 데이터가 많은 바둑은 인공지능이 잘할 수 있는 일이지만 상대방의 변화하는 감정에 맞추어 공감하며 위로 섞인 말을 건네는 행동은 인공지능이 넘기 힘든 큰 장벽이다. 로봇은 인공지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로봇 또한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은 변화무쌍한 상황이 벌어지면 임기응변을 잘하지 못한다. 인간은 인공지능 로봇에 비해 잘하는 것이 너무 많다. 이곳에 인간의 미래 직업이 있다.

미래 로봇 사업의 성공 열쇠는 인간과 로봇의 올바른 분업에 달려 있다. 인간이 잘하지 못하는 일을 로봇에 맡기면 인간은 감성적이고 창조적인 일처럼 인간만이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를 내리거나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등 단순반복 작업에서 활약 중인 로봇이 대표적이다. 라운지랩의 자동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바리스타 로봇 ‘바리스’. 사진 출처 라운지랩
요즘 성공하는 로봇 사업을 보면 로봇에 모든 일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잘 못하는 일만 로봇에 주고 인간은 인간이 잘하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인간과 로봇의 협업이라는 공통적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로봇 바리스타가 활약하는 카페를 보면 로봇에게는 드립 커피의 물을 붓는 등 힘들고 단순한 일을 시킨다. 그렇게 되면 인간 바리스타는 힘들지 않게 일하고 남는 시간과 에너지를 손님 접대에 더 쓸 수 있어서 카페 분위기가 일반 카페보다 훨씬 좋다. 분위기는 전염되기에 손님들도 왠지 모를 좋은 분위기를 느끼며 커피를 마신다. 즉, 로봇카페는 로봇을 도입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인간 바리스타에게 더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줌으로써 분위기 좋은 카페를 만든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카페의 본질은 맛있는 커피와 좋은 분위기인데 맛있는 커피는 로봇이 담당하고 좋은 분위기는 인간이 담당해서 카페의 본질을 극대화시켰다.

미래 로봇 사업의 성공 키워드는 인간과 로봇의 올바른 분업과 협업이다. 내 직업을 구성하는 여러 일 중 내가 하기 꺼리는 부분은 과감하게 로봇에 넘기고 나는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에 집중함으로써 내 직업의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장면이 미래 내 직업의 모습이다. 로봇이 도입됨으로써 인간의 직업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잘 못하는, 즉 인간이 잘하는 형태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여 직업의 형태를 변화시켰다. 자동차의 등장으로 마부는 사라졌지만 이동 효율은 높아지고 자동차 관련 새로운 직업들과 거대한 규모의 자동차 산업이 탄생했다. 컴퓨터의 등장은 인간의 업무 효율을 드라마틱하게 향상시켰으며 제조업 위주의 직업을 사무직 위주의 새로운 형태로 재편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없애 업무 효율을 극대화시켰고 모바일 기반의 거대한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냈다. 마찬가지로 로봇의 등장은 또 다른 형태의 직업과 산업을 만들어 낼 것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인간 사회의 갈등은 대부분 힘든 일을 아무도 안 하려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힘든 일은 로봇에 적합한 일이다. 로봇을 사용함으로써 인간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시도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얼마 전 아파트 주민과 택배기사 사이에 택배 대란이 발생했을 때 우리 사회는 누구의 편도 들어줄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차량이 다니지 않게 해서 아이들이 안전한 공간을 만들려 하는 주민들의 말도 이해가 되고, 빠르게 배송하고 무거운 짐을 나르기 위해서 최대한 목적지에 가깝게 차를 대야 하는 기사분들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택배 대란의 갈등은 풀 수 없는 사회의 숙제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때 인간 대신 로봇에게 아파트 단지 안에서 배달을 시켰다면 어땠을까? 택배기사는 아파트 단지 정문까지만 배달하고 정문에서 로봇이 짐을 받아서 주민들의 현관까지 배달하면 택배기사와 아파트 주민 모두 만족하지 않았을까? 비단 택배 대란 문제만이 아니라 각종 인간 사회의 갈등 장면에 로봇을 도입하면 갈등이 해결될 수 있다.

로봇은 인간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해결사가 될 잠재력이 풍부하다. 로봇을 영화 속의 장면으로만 보지 않고 로봇의 특징을 잘 파악해 현명하게 사용한다면 로봇은 인간에게 보다 좋은 직업을 선사하고 사회의 갈등을 중재하며 인간이 살기 좋은 문명사회를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한재권 한양대 에리카 로봇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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