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빌미 군비증강 외치는 日집권당 “적의 중추 공격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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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파벌 수장 아베 前총리 앞장서… 최근 강연서 “獨처럼 국방비 늘려야
‘적기지 공격’ 독자적 타격력 필요”
日방위비 증가세, 내년 6조엔 이상… 여론도 지지… 64% “찬성한다” 답변
기시다 총리 “모든 선택지 검토” 밝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본에서도 군사력 증강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례에서 보듯 이웃 국가보다 힘이 떨어지면 언제든 위험에 직면할 수 있고 중국, 북한 등 기존의 안보 위협 또한 여전하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특히 집권 자민당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 또한 국내총생산(GDP)의 1.5%였던 방위비를 2.0%로 늘리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며 방위비 증액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일본 또한 GDP의 1.09%인 방위비를 대폭 늘리고 논란이 돼온 ‘적(敵)기지 공격론’에서 더 나아가 ‘적의 중추를 공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 아베 “방위비 증가에 편견 갖지 말자”
군사력 강화에 가장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은 자민당의 최대 파벌 ‘아베파’의 수장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 직후부터 “미국 핵무기를 일본에 배치해 공동 운영하자”며 핵 공유론에 불을 붙였다.

NHK에 따르면 그는 3일 강연에서 일본도 독일처럼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며 “방위비를 늘리는 데 편견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방위비를 증액해야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사례처럼 군사적 균형이 무너지면 예기치 않은 충돌이 일어나기 쉽다”고 했다.

그는 “일본도 독자적 타격력을 가져야 한다고 확신한다. 적 기지에 한정하지 말고 (적의) 중추를 공격하는 것까지 포함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중추’의 뜻을 밝히진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타국 수도를 공격하는 행위까지 포함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은 적국이 일본을 공격하려는 조짐을 보일 때 선제적으로 적의 기지를 타격하는 능력을 말한다. 적국이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조짐을 보이면 이를 선제적으로 파괴하겠다는 식이다. 일본 보수파들은 이 논리가 패전 후 지켜온 ‘전수방위’(專守防衛·상대방이 먼저 공격했을 때만 방위력을 행사) 원칙에 부합한다고 주장하나 자기 방어가 불가피한 상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 방위비 증가세 뚜렷… 여론도 지지
자민당은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 당시 현재 GDP의 1.09%인 방위비 비중을 2%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실제 방위비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본예산 기준으로 2017년 4조8896억 엔이었지만 2019년 5조70억 엔으로 처음 5조 엔을 넘었고 이후 계속 늘었다. 일본은 지난해 추가 경정예산 7738억 엔을 포함해 총 6조 엔이 넘는 방위비를 책정했다. 자민당은 내년에는 본예산으로만 6조 엔(약 60조 원) 이상의 방위비를 편성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국방예산은 52조8401억 원이었다.

여론 지지도 높다. 4일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 방위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64%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최근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 떨어졌던 북한 미사일을 위협이라고 본 사람은 86%에 달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또한 군사력 강화에 적극적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적 기지 공력 능력을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기시다 내각이 국가 안전보장 전략 등 안보 관련 정부 문서의 개정 작업을 위해 실시한 전문가 의견 청취에서도 ‘전수방위 개념에 구애될 필요가 없다’ ‘정책 및 제도를 대담하게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적(敵) 기지 공격 능력
적국이 일본을 공격하려는 조짐을 보일 때 선제적으로 적의 기지를 공격하는 능력을 말한다. 일본 보수 세력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적 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자위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아베#방위비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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