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오후 윤 후보가 이 대표와 가까운 권영세 의원을 선대본부장 겸 사무총장으로 선임한 직후 이 대표는 “새로운 개편 시기에 아주 훌륭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약 5시간 만에 페이스북에 “(윤 후보 측에 전달한) 제안은 방금 거부됐다”며 사실상 선거를 지원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내부 총질’을 서로 자제하자는 당내 분위기도 다시 격랑에 휩싸이며 이 대표에 대한 사퇴론이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
○ 尹에게 “무운 빈다” 논란 빚은 표현 또 써

공개 행보를 시작한 윤 후보가 중기중앙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기로 하자 이 대표는 당초 참석하려던 일정을 바꿔 전격 불참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대표 측은 “윤 후보가 주목받을 수 있도록 조율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양측이 만나는 상황을 피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6일 윤 후보가 참석하는 ‘변화와 단결’ 의원총회에도 이 대표는 불참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오후 늦게 페이스북에 “젊은 세대의 지지를 다시 움틔워 볼 수 있는 것들을 상식적인 선에서 소위 연습문제라고 표현한 제안을 했고, 그 제안은 방금 거부됐다”고 올렸다. 이어 “(대선일인) 3월 9일 윤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武運·전쟁 등에서 이기는 운수)을 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대선 출마선언 당시 “무운을 빈다”고 말해 ‘무운(無運)이 속내 아니냐’고 논란을 빚은 표현을 또 쓴 것이다.
○ 갈등 봉합 기류도 흘렀지만 다시 ‘냉랭’
국민의힘에서는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종일 ‘이준석 사퇴론’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특히 재선 의원들은 “대선을 앞둔 때 당 대표의 ‘내부 총질’을 더 용인할 수 없다”며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당 대표를 고립시켜 ‘식물 대표’를 만들자는 시나리오까지 제기됐다. 최고위원들이 당 대표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최고위원회의를 보이콧하면 의결이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얘기다.이런 반발들은 윤 후보가 선대위 해산을 발표한 뒤 “더 이상 당 수뇌부 간 갈등 노출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며 잠시 잦아들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이날 밤 선거대책기구의 새 출발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6일 의총에서 이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의견이 재차 분출될 수 있다. 이 경우 국민의힘은 또다시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을 향한 퇴진 요구에 대해 “일부 의원이 마치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해당 행위에 가까울 것”이라고 받아쳤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