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러도 얼굴엔 웃음 가득… 발달장애인 무용단 ‘희망의 몸짓’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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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공연 앞둔 필로스 장애인 무용단
14년간 교도소-병원 다니며 위로 전해
초등생이던 단원들 어느새 성인으로
창단 멤버 “무용 계속하는 게 꿈이에요”

15일 오후 7시 경기 안양시 대림대 한림관 지하 1층 연습실에서 발달장애인들로 이뤄진 필로스 장애인 무용단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인선 무용단장(오른쪽)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나란히 설 수 있는 날까지 무용단을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안양=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5일 오후 7시 경기 안양시 대림대 한림관 지하 1층 연습실에서 발달장애인들로 이뤄진 필로스 장애인 무용단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인선 무용단장(오른쪽)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나란히 설 수 있는 날까지 무용단을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안양=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얘들아, 연습 시작하자.”

15일 오후 7시 경기 안양시 대림대 한림관 지하 1층 연습실. 임인선 필로스 장애인 무용단장(대림대 스포츠지도과 교수)의 한마디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무용단원 11명이 두 줄로 섰다. 한국창작음악이 흘러나오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단원들이 율동을 시작했다. 단체 무용이지만 대형이 체계적이지 않고, 동작도 일사불란하지 않았다. 두 개의 대열이 앞뒤로 교차할 때 단원들끼리 엉키기도 하고, 손에 들고 있던 꽃 소품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졌다.

필로스 장애인 무용단은 200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달장애인으로만 단원을 구성해 창단됐다. 장애인도 무용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14년간 교도소, 병원, 각종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공연해 왔다. 초등학생이던 단원들은 어느새 성인이 됐다. 이들은 몸짓이 정교하지 않고, 섬세한 표현을 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임 단장은 비장애인의 기준에 맞춰 안무를 구성하지 않는다. 단원들은 공연을 하는 것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무용단 창단 멤버인 조동빈 씨(27)는 “무용을 계속하는 게 꿈이다”라고 말했다.

연습실에는 단원들의 부모와 자원봉사를 나온 대림대 스포츠지도과 학생들도 있었다. 발달장애인의 특성상 10분짜리 작품의 안무를 익히는 데 2∼3년가량 필요하다. 자원봉사자들이 이 긴 과정을 함께한다. 부모들은 매주 월요일 오후 6시에 단원들을 연습실로 데려온다. 자녀를 바라보는 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조 씨의 어머니 우미숙 씨(54)는 “동빈이가 운동 삼아 무용을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흥미를 느껴 계속하게 됐다. 아이가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쁘다. 힘이 닿는 데까지 동빈이의 꿈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임 단장은 “어떤 몸을 가졌든 무용을 할 수 있다”며 “무용단의 공연으로 힘든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19일 오후 2시 경기 수원시 호매실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창작 한국무용 작품 4개와 발레 공연 1개를 선보인다. 무료.


안양=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발달장애인 무용단#필로스 장애인 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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