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 한국말은 구별해야[내 생각은/이상억]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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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한글날을 보내며 한글과 한국말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례를 여럿 보게 돼, 국어학자이자 언어학자로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상당수가 한국어와 한글을 같은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문자(글)와 언어(말)의 혼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심지어 외국에서 갓 돌아온 언어학 박사가 영어로 강의하다가 한국어로 바꾸며 “이제부터 한글로 하겠습니다”라고 해서 기겁한 일도 있다.

이번 한글날 기념식에서도 국무총리가 “한글은 온 세계인이 쓰고 있는 언어가 됐다”고 했는데 “글로 말한다”는 셈이 되어, 쓰는 부위가 ‘손인지 입인지 모르게’ 되어 버렸다. 또 아나운서도 한글의 우수성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느닷없이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사랑, 도란도란” 등의 말은 한글(문자)과 상관이 없는 의미나 어감(언어)에 해당한다. 더불어 모든 언어 간 우열을 가리지 않는 것이 언어학의 상식이다. 한글은 우수하지만 한국말이 우수하다고 대놓고 얘기할 순 없다는 뜻이다.

요즘 BTS, 오징어게임 등의 인기로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자와 언어를 배우려는 바람이 불고 있다. 평생 미국 호주 독일 등에서 한국어 교육 분야에 종사했던 은퇴 교수로서 기쁘다. 하나 덧붙인다면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원, 세모, 네모 모양도 훈민정음에 나오는 자모였음을 많은 이들이 알고 접근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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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억 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
#한글날#한글#한국말#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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