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관측의 새로운 미션, 스타링크 위성을 피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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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가 띄우는 저궤도 위성 강렬한 빛 내뿜어 천체 관측 방해
총 1만2000개 위성 배치할 예정… 최근 위성만 걸러내는 기술 개발
관측 카메라로 위치 자동 감지해 위성 지나갈 때 셔터 닫는 방식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아

2020년 6월 22일 충북 괴산에서 촬영한 구상성단 M13과 스타링크 위성 8기의 궤적. 박영식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제공
2020년 6월 22일 충북 괴산에서 촬영한 구상성단 M13과 스타링크 위성 8기의 궤적. 박영식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제공
지난해 6월 22일 박영식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충북 괴산에서 촬영한 구상성단 M13 이미지에서 8개의 빛이 사선으로 지나가는 궤적을 확인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인터넷 프로젝트 ‘스타링크’ 위성이 천체 M13 관측을 방해하는 모습이었다.

우주로 발사되는 위성이 늘어나면서 천문학계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어두운 밤하늘에도 수많은 위성이 밝게 빛나면서 천체 관측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에 스타링크 위성을 회피해 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스타링크 위성 지나갈 땐 자동으로 노출 닫아


스페이스X의 위성인터넷 프로젝트인 스타링크는 고도 550∼1200km의 지구 저궤도에 무게 227kg의 소형 군집위성 약 1만2000개를 순차적으로 띄워 지구 전체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5월까지 1638개의 위성을 쏘아 올리는 1단계 계획을 완료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스타트업인 ‘스텔스트랜싯’은 지난달 스타링크 위성을 천문 관측에서 자동으로 걸러낼 수 있는 기술 테스트에 착수했다. 천체 관측용 카메라에 스텔스트랜싯이 개발한 장비를 연결하면 밝게 접근하는 위성을 미리 감지해 천체망원경에 달린 카메라의 촬영 셔터를 닫아 노출을 막는 방식이다. 현재 러시아 남서부 키슬로보츠크 인근 러시아 최첨단 천문대 중 하나인 ‘코카서스산맥 천문대’에서 이 기술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스텔스트랜싯 측은 “지구 저궤도를 도는 위성의 궤도를 인식하고 망원경의 시야를 통해 위성 통과 시간을 정확하게 예측한 뒤 위성이 통과하는 순간 카메라 노출을 차단해 위성이 촬영되지 않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최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선임연구원은 “스텔스트랜싯의 기술을 활용하려면 위성이 언제 지나가는지 정확히 알아야 하고 공개된 위성 궤도 정보를 예측해야 한다”며 “수 초 동안이긴 하지만 결국 위성이 지나가는 시간에는 관측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나온 해결책 중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20년 6월 22일 기준으로 지구 상공에 떠 있는 스타링크 위성 약 538개의 궤도를 구현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제공
2020년 6월 22일 기준으로 지구 상공에 떠 있는 스타링크 위성 약 538개의 궤도를 구현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제공


○스페이스X 제시 해결책은 효과 없어


올해 초 국제천문연맹(IAU)은 ‘유엔 우주의 평화적 이용 위원회(COPUOS)’에서 스페이스X와 해결책을 찾기 위한 협의를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방안이 나오고 있지 않다. 유엔 COPUOS는 스페이스X가 예정된 1만2000개의 위성을 모두 지구 저궤도에 배치하면 광시야 천체망원경을 활용한 천체 관측의 최대 40%가 방해를 받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텔스트랜싯의 기술을 테스트 중인 코카서스산맥 천문대 책임자인 니콜라이 샤츠크 씨는 “스타링크 위성은 특히 황혼 시간 동안 지구 근처 소행성과 혜성을 관측할 때 좁은 시야각을 지닌 망원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스타링크 위성에 도료를 칠해 햇빛의 반사를 막거나 빛이 반사되는 방향을 돌리는 반사판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의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진 선임연구원은 “도료를 칠한 스타링크 위성과 일반 스타링크 위성, 반사판을 설치한 스타링크 위성을 동시에 관측해서 비교해 보면 세 종류의 위성 밝기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최근 한화시스템의 투자로 관심을 모았던 우주 인터넷 기업 원웹도 스페이스X에 이어 현재까지 288기의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띄우는 등 갈수록 위성인터넷용 위성이 많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최 선임연구원은 “지상에서 관측하는 천체망원경이 찾을 수 있는 해법은 사실상 많지 않다”며 “스텔스트랜싯의 기술처럼 공개된 위성 궤도와 동선을 파악해 위성이 지나가는 영역과 시간을 피해 관측 스케줄을 조정하는 방안이 천문학계에서 거론되고 있는 정도”라고 밝혔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천체 관측#스타링크 위성#스페이스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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