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그녀는 왜 정통파 유대교 집단에서 탈출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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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오소독스: 밖으로 나온 아이/데버라 펠드먼 지음·홍지영 옮김/344쪽·1만6800원·사계절

지난해 3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미국 독일 합작 드라마 ‘그리고 베를린에서’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현재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초정통파 유대교 공동체인 사트마가 존재하고, 사트마에 사는 유대인들이 폐쇄적인 삶을 사는 현실이 낱낱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사트마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정도로 화제를 끌었다.

드라마의 바탕이 된 이 책은 1986년 사트마에서 태어난 여성이 자신의 경험을 담담히 풀어낸 자서전이다. 그는 공립학교 대신 사트마 내에서 11년간 교육 받고 외부세계와 차단된 채 자랐다. 사트마의 교육기관에선 동유럽계 유대인의 언어인 이디시어만 가르치고 영어는 쓰지 못하게 한다. 사트마에 사는 여자는 결혼 후 모두 삭발을 한다. 아이를 낳는 일을 지상최대의 과제로 부여받는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대학살한 홀로코스트로 희생당한 유대인의 인구수를 회복하기 위해서란다. 그 역시 17세에 중매결혼을 하고 19세에 아들을 낳았다. 그의 고백이 담긴 문장을 읽어 내려갈 때마다 사트마 여성이 겪는 끔찍한 삶이 눈앞에 생생히 그려진다.

족쇄에 갇힌 그의 탈출구는 책이었다. 틈날 때마다 가족들의 감시를 피해 몰래 서점으로 가서 책을 읽었다. 그는 책을 통해 자유로운 삶이 존재하는 외부세계를 알게 되고, 자신이 처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결심 끝에 그는 2009년 사트마를 몰래 탈출한다. 자신이 태어나자마자 사트마를 나간 엄마를 찾아 유럽으로 건너간다. 남편과 이혼소송을 벌이고 아들의 양육권도 가져온다. 독일 베를린에서 살면서 자신이 겪었던 일을 글로 적었다.

물론 그의 삶은 여전히 평탄하지 않다. 2012년 책이 출간된 뒤 사트마에선 그를 배신자로 낙인찍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은 탓에 전문성 있는 직업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책을 낸 건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가 자신의 경험을 고백하지 않았다면 사트마의 진실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지 않았을까. 그는 사트마에서 도망쳤지만 삶에선 도망치지 않았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유대교 집단#그리고 베를린에서#사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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