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혐오와 공존 사이… 이민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이호재 기자 입력 2021-07-24 03:00수정 2021-07-25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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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과 유럽 문명의 종말/유해석 지음/344쪽·1만8500원·실레북스
◇인류, 이주, 생존/소니아 샤 지음·성원 옮김/432쪽·2만2000원·메디치미디어
신간 ‘이슬람과 유럽 문명의 종말’의 저자는 “국내에서 2018년 한 해에만 10만 명의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발생했다”며 우려한다. 반면 ‘인류, 이주, 생존’의 저자는 “이주는 환경 변화에 대한 아주 오래된 대응이자 필수적인 생물학적 원칙”이라며 이민자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을 주장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수영장에서 무슬림 가족을 본 적이 있다. 아빠와 아들은 반바지 수영복을 입고 풀 안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반면 엄마는 머리와 상반신을 가리는 히잡을 두른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엄마는 가끔씩 발과 손으로 물을 휘젓기만 할 뿐 풀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순간 이들을 기이하게 쳐다보는 한국인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무슬림에 대한 호기심과 반감,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박이 뒤섞인 묘한 경험이었다.

우리 사회는 이미 다문화사회로 접어들었지만 이주민들의 문화를 수용하는 데 익숙하지는 않은 것 같다. 2018년 예멘인들이 제주도로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한 후 일각에서 이슬람 이주민들에 대한 혐오가 고개를 들었다. 한국을 찾는 해외 이주민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답을 찾으려고 해외 이주민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다룬 두 책을 읽었다.

신간 ‘이슬람과 유럽 문명의 종말’은 무슬림 이민자들이 바꿔놓은 유럽 사회의 부정적인 영향에 주목한다. 출산율은 줄고, 은퇴자는 늘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진 유럽에 무슬림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돼 유럽은 더 이상 유럽인들의 땅이 아니게 됐다. 영국과 독일에는 무슬림이 모여 사는 일종의 ‘유럽인 출입금지구역’이 존재한다. 프랑스에서는 범죄를 일으켜 감옥에 수감된 이들의 절반이 무슬림이다. 이에 따라 치안에 불안을 느낀 일부 유럽인들은 이민자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 비유럽 선진국으로 이주하기도 한다.

저자는 다문화주의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 값싼 노동력의 혜택만 얻으려고 한 유럽의 대처방식을 비판하며 한국 현실을 돌아본다. 한국이 다문화사회에 진입한 뒤 혐오와 차별 등의 사회문제를 겪고 있지만 이민자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없다는 것. 한국 정부가 이민자를 포용하는 정책을 마련하든 노동력을 자국민으로 충당할 방법을 찾든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오늘날 유럽은 무슬림들의 이민으로 인해 이슬람화돼 가고 있다. 오늘의 유럽은 내일의 한국이 될 것”이라는 경고를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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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신간 ‘인류, 이주, 생존’은 이민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한다. 저자는 나비, 새, 곤충 등 다른 생명체들처럼 인류가 살기 좋은 곳으로 이동하는 건 본능이라고 말한다. 원시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적절한 환경을 찾아 여러 대륙으로 이주한 것처럼 인류가 끊임없이 좋은 환경을 찾아 이동했기에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 다양한 문화가 섞이고 서로에게 영향을 받으면서 문명을 꽃 피울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규모 이주의 역사는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단절됐다. 많은 국가가 장벽을 높이고 이동을 차단했다. 냉전이 끝난 뒤에도 난민 혐오 같은 이주자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저자는 세계화 시대에 이민자를 막는 건 옳지 않다고 말한다. 근시안적 태도로 반이민 정책을 펼치지 말고 인류가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도록 장려하자는 것이다.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 국면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미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된 지 오래다. 문제는 이후의 사회적 수용 과정일 것이다. 유럽처럼 이주민들이 실업과 범죄 등에 내몰린 채 문화적으로도 융합되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과연 우리 사회는 인류의 이주사에서 보듯 이주민이 새로운 기회의 창이 될 수 있는 묘안을 찾을 수 있을까.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혐오#공존#이민자#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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