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폐암 표적치료제… 국산 신약 등장에 치료기회 확대 기대

박윤정 기자 입력 2021-07-21 03:00수정 2021-07-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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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효과 우수한 데다 부작용 적어
뇌-혈관 투과해 뇌 전이에도 효과
이달부터 건강보험 급여 적용 대상
게티이미지코리아
의학, 생명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질병 사망률 1위는 여전히 암이다. 아직도 암은 가장 무섭고 치료가 어려운 질병이다.

1월 말 발표된 2018년 국가암등록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암 유병자는 2018년 200만 명을 넘었다. 해당 통계 자료에 따르면 폐암은 우리나라 암 발병률 3위(2018년 신규 진단환자 2만8628명)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게 발생하며 5년 생존율 역시 담낭 및 기타 담도암(28.8%), 췌장암(12.6%) 등에 이어 낮은 편(폐암 32.4%)으로 나타났다.

특히 폐암은 발생 원인이 다양하고 낮은 조기 진단율, 치료 시 항암제 내성 발현 등으로 치료에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폐암에 관한 치료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전이와 내성 발생에 효과를 보이는 항암제가 속속 등장하면서 희망을 주고 있다.

폐암세포의 성장 사멸에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파악하면서 이를 목표로 한 표적항암제가 쓰이고 있다. 가장 흔하게 관찰되는 유전자변이는 EGFR(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 유전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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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을 조직학적 기준에 따라 나누면 약 85%는 비소세포폐암이다. 폐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되는 비율이 낮은데 비소세포폐암의 약 70%는 첫 진단 시에 이미 진행성 단계(3기 후기) 혹은 전이성 단계(4기)에서 발견돼 치료가 더욱 어렵다.

이러한 비소세포폐암의 분자종양학적 특성을 살펴보면 EGFR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겨 암이 발생한 경우가 가장 흔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인에게서 비소세포폐암의 약 40%는 EGFR 돌연변이가 원인이다.

돌연변이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는 기존 항암요법보다 치료 효과가 좋고 심각한 부작용은 유발하지 않으며 장기간 약물 반응을 유지한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을 치료하기 위해 고안된 EGFR 타이로신 인산화효소 억제제(TKIs)는 치료 표적으로 엑손 19-결실(Ex19del) 또는 엑손 21 치환(L858R)과 같은 체세포성의 ‘EGFR 유전자 활성 돌연변이’를 대상으로 한다.

이런 발암성의 활성 돌연변이의 발견은 진행성·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대한 치료의 패러다임을 크게 변화시켰다. 즉, 항암제가 공격해야 할 목표가 어떤 것인지 알게 돼 이른바 표적항암제 개발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기존 EGFR 표적 항암제, 내성 극복이 과제


현재 EGFR 활성 돌연변이를 동반한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로 진단받은 이후 첫 번째 치료(1차 치료)로 ‘게피티니브’ ‘엘로티닙’ ‘아파티닙’ ‘다코미티닙’과 같은 1세대 및 2세대 EGFR TKIs가 개발돼 시판되고 있다.

그러나 1세대 및 2세대 EGFR TKIs로 치료 받은 환자의 대부분에서는 더 이상 치료제가 반응하지 않는 획득 저항성, 이른바 내성이 발생한다. 이 중 가장 흔한 획득 저항성 기전은 기존 약물이 표적에 들어가지 못하게 방해하는 2차 돌연변이인 ‘T790M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1세대, 2세대 EGFR TKI 약제로 치료받은 환자의 50∼60%에서 T790M 돌연변이가 발생해 다시 암이 진행한다. 이와 같은 치료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T790M 및 EGFR TKI 활성 돌연변이 모두를 표적으로 하면서 야생형 대비 높은 선택성을 가지도록 특별히 설계된 ‘오시머티닙(제품명 타그리소)’이 3세대 EGFR TKIs로 개발됐다.

내성 환자 치료기회 높여줄 국산 폐암신약 나와


1월 유한양행이 개발한 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제품명 렉라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1호 국산신약으로 허가를 받았다. 이달부터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돼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넓혀줄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GFR TKI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으로 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레이저티닙은 2차 돌연변이인 T790M 돌연변이까지 억제할 수 있는 3세대 EGFR TKI 계열의 비소세포폐암 표적 치료제다. 즉, 폐암 돌연변이 유전자인 EGFR만을 표적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효과를 갖는 3세대 표적항암제인 것이다. 표적에 대한 높은 선택성을 나타내며 항암 효과가 우수하고, 피부발진, 설사와 같은 부작용 발생이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수한 항암효과,뇌 전이에도 효과적


레이저티닙과 같은 3세대 폐암 표적 항암제는 기존 EGFR TKI 치료제들이 만족시키지 못한 의학적 미충족 요소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첫 번째는 중추신경계 전이다.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주로 뼈, 뇌 등으로 흔히 전이된다. 그중에서 CNS 전이 발생률은 첫 진단 시에 약 24%이고 표적항암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병기가 진행될수록 거의 2배로 증가할 만큼 흔하게 나타난다.

뇌 전이에 관련해 레이저티닙은 뇌-혈관 장벽을 투과하기 때문에 더 높은 CNS 전이 암에 대한 치료효과를 나타내고 있어 뇌 전이 환자에게도 희망을 주고 있다.

임상 1상과 2상 시험 중 뇌전이를 동반한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대한 추가 분석 결과 레이저티닙 240mg 투여 후 두개강 내 객관적 반응률은 71∼78%를 나타냈다. 두개강 내 무진행 생존 기간은 16.4개월로 나타났다. 레이저티닙 치료 중 새로운 뇌 전이 병변이 발생한 환자는 한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폐암센터장인 조병철 교수는 “그동안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3세대 EGFR 표적 치료제는 한 가지만 있었다”며 “7월부터 적용되는 국산 폐암신약 급여는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다양한 선택의 폭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뇌전이가 있는 EGFR 돌연변이 폐암 환자들 혹은 심혈관계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는 고위험 환자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윤정 기자 ongoh@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학#폐암#표적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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