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현진]메타버스로의 여행길 고객을 꿈꾸게 하려면

김현진 DBR 편집장 입력 2021-07-16 03:00수정 2021-07-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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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DBR 편집장
15년 전 프랑스를 대표하는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자리에서 온라인 판매 전략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이렇게 답했다. “배타성과 희소성이 핵심인 럭셔리와 대중성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은 상극이다. 온라인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시대를 내다보지 못한 그를 탓할 것도 없다. 럭셔리 브랜드 마케팅의 대가로 꼽히는 장노엘 카페레르 인섹(INSEEC) 비즈니스스쿨 교수 역시 2016년 진행한 인터뷰에서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성급하게 착수하기에 앞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먼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신중하게 고민해 온라인 전략을 짜는 모범 사례로 그가 꼽은 업체는 미국 뉴욕의 최고급 백화점 바니스였다.

그랬던 바니스는 2019년 도산했다. 그리고 다양한 실패 원인 중 하나로 2030, 즉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디지털 소비 문법을 잘 이해하지 못한 점이 꼽혔다.

시대 정서를 빨리 읽어내지 못했다는 반성 때문일까.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된 오늘날의 경영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최신 기술 ‘메타버스(metaverse)’와 관련해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업계 중 하나가 바로 럭셔리다.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라는 뜻인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 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는 전 세계 시장 규모가 2025년 31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상 세계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MZ세대는 럭셔리 시장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고객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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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가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판매한 가상 핸드백이 4115달러(약 465만 원)에 거래된 것이 달라진 럭셔리 시장과 소비자를 느끼게 하는 대표적 사례다. 구찌가 마련한 가상현실(VR) 공간, ‘구찌 가든’에서 5.5달러에 판매됐던 이 가상의 아이템은 로블록스 앱스토어 내에서 재판매되면서 결국 실물 핸드백 가격과 유사한 수준으로 가격이 올랐다. 발렌티노와 마크 제이콥스 등은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패션쇼가 제대로 열리지 못했던 지난해, 닌텐도 스위치 게임 ‘동물의 숲’에서 신상품을 공개했다.

과거 온라인에 신중했던 럭셔리 업계 및 학계 관계자들이 틀리지 않았던 점도 있다. 특히 카페레르 교수가 럭셔리 마케팅의 절대적 목표로 꼽는 ‘고객을 꿈꾸게 하라’는 메타버스 시대에도 색다른 구매 경험을 중시하는 럭셔리 고객을 공략하는 브랜드 관계자들이라면 명심해야 할 가치다.

고객을 꿈꾸게 하려면 탄성을 지르게 하는 ‘와우 이펙트(wow-effect)’가 있어야 한다. 메타버스 관련 기술(증강현실·AR, VR 등) 및 콘텐츠(케이팝 등) 측면에서 우수성을 뽐내는 국내 기업이 많고 이들이 ‘와우 이펙트’의 핵심 요소를 제공하는 데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그래서 고무적이다. 이들을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이 찾고, 다양한 협업을 맺게 되면 가상세계에서 빠르게 영토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메타버스의 시대는 왔다. 이 새로운 신대륙에서 소비자들을 꿈꾸게 하려면 기업은 어떤 지도를 그려야 할까.

김현진 DBR 편집장 bright@donga.com
#럭셔리 패션 브랜드#메타버스#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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