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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앨리스, 우리가 사는 '이상한 나라'에 널 초대할게

입력 2021-07-03 03:00업데이트 2021-07-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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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괴물들/알베르토 망겔 지음·김지현 옮김/344쪽·1만7000원·현대문학
소설이나 영화 속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해 함께 눈물짓거나 기뻐했던 기억,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방대한 독서가로 꼽히는 저자 알베르토 망겔도 그랬다. 망겔은 복수심과 분노로 가득 찬 몬테크리스토 백작, 강직한 자기 확신을 지켜가는 제인 에어를 예로 들며 문학 속 인물은 독자들에게 실존 인물로 여겨지고, 삶의 동반자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소설 속 주인공이 때론 내 옆의 친구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유다.

이 책은 총 37명의 문학 작품 속 캐릭터들에 대한 이야기다. ‘보바리 부인’의 보바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 ‘알프스 소녀 하이디’ 속 하이디의 할아버지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들의 탄생 배경과 이들이 인간의 삶에 던지는 메시지를 성찰한다. 먼 옛날, 머나먼 곳을 배경으로 하지만 소설 속 캐릭터들의 경험 안에는 오늘날 인간이 겪는 희로애락이 그대로 담겨 있다. 저자는 캐릭터에 내재된 인간 보편의 감정을 이해하기 쉽게 짚어준다.

‘이 캐릭터는 나와 어떤 점이 비슷할까’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이라면 이 책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앨리스의 여정에는 지금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문제들이 내포돼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꿈의 추구와 상실, 생존 경쟁, 문제적 가정에서 발생하는 비극 같은 것들 말이다. 초능력으로 세상을 구하는 영웅의 대명사지만 어렸을 적 부모와 떨어져 농부 부부에게 입양되고, 소시민과 영웅 사이를 오가며 이중생활을 하는 슈퍼맨의 처지에 묘한 동정심을 느꼈다는 저자의 고백도 흥미롭다.

주인공이 아닌 조역들에게도 분석의 눈길이 뻗쳐 있는 점도 재밌다. ‘보바리 부인’에서 아내 에밀에 가려 있던 보바리를 조명한 저자는 보바리가 야망도, 의외성도 없는 평범한 인물이기에 매력이 떨어지지만 아내에 대한 사랑만큼은 컸다고 설명한다. ‘햄릿’의 거트루드나 ‘호밀밭의 파수꾼’ 속 피비처럼 주인공에 가려 존재감이 없던 캐릭터들을 재발견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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