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았어도 5명 안돼” “주변 눈치에 마스크 써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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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인센티브 첫날… 곳곳 혼선
테이블마다 4명씩 앉도록 세팅
시민들 “굳이 5, 6명 먹을 생각 안해”…당국 “실외라도 사람 모이면 마스크”

대구는 사적모임 8명까지 허용 바뀐 거리 두기가 적용된 1일 대구 달서구의 한 음식점에서 8명이 모여 점심 회식을 즐기고 있다. 대구=뉴스1
대구는 사적모임 8명까지 허용 바뀐 거리 두기가 적용된 1일 대구 달서구의 한 음식점에서 8명이 모여 점심 회식을 즐기고 있다. 대구=뉴스1
“백신 맞았다고요? 그래도 안 돼요. 4명까지만 받을 거예요.”

1일 오후 1시 20분경 서울 강남에 있는 한 국밥 전문점.

식당을 찾은 50대 남성 일행이 언짢은 표정으로 직원과 작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남성들은 “우리 중에 2명이 백신을 맞았다. 한 테이블에 같이 앉아도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직원은 계속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직원은 “접종했는지 확인하기도 어렵고, 테이블도 모두 4명씩만 앉도록 세팅했다. 2, 3명씩 나눠 앉을 게 아니면 받기 어렵다”고 답했다.

○ “손님한테 접종 증명 요구하기 어려워”
1일부터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이들에겐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지만 시민들은 “실제로는 체감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20일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으면 사적 모임 인원 제한에서 제외하고, 공원이나 산책로 등 2m 이상 거리 유지가 가능한 인적 드문 야외에선 마스크도 벗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1일 점심 무렵 서울의 종로와 여의도, 강남에 있는 음식점 50여 곳을 둘러봤더니 5명 이상 식사를 하는 테이블은 어디서도 찾기 어려웠다. 백신 인센티브를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지만 업소들이 5명 이상 고객을 받지 않는 데다 백신 접종 여부도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여의도에 있는 한 식당 측은 “백신 맞았다는 말을 어떻게 믿느냐. 괜히 5명 이상 받았다가 단속에 걸리면 우리만 손해라 원래대로 4명 이하로만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백신 접종을 확인할 방법은 있다. 시민들은 종이증명서나 휴대전화 앱, 신분증에 붙이는 스티커 등을 통해 증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업소는 거의 없었다. 종로에서 고깃집을 하는 A 씨는 “증명서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업소 입장에선 조심스러운 일이다. 현실을 모르는 공무원들의 탁상공론”이라며 혀를 찼다.

○ “야외 마스크 미착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지방자치단체별로 ‘백신 인센티브’에 대한 적용이 다른 점도 시민들로선 혼란스럽다. 1일 개장한 부산의 해수욕장들은 원칙대로라면 2m 이상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경우 백신을 접종한 시민은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하지만 부산의 모든 해수욕장에서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방문객은 꼭 마스크를 쓰도록 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7월 4일이 미국 독립기념일이라 주한미군 등이 해수욕장에 몰려들 가능성이 크다. 비수도권은 8인 모임이 가능하지만 해운대와 송정해수욕장은 4일까지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민들도 백신 인센티브를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여의도에서 만난 직장인 백모 씨(55)는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어 고집을 부리기도 어렵다. 괜히 5명 이상 모였다가 감염되면 회사에서도 여러모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반응했다.

주변 시선이 신경 쓰여 바깥에서 마스크를 벗기가 어렵다고 한다. 백신 접종을 마친 곽모 씨(30)는 “마음 같아선 꼴도 보기 싫은 마스크를 얼른 벗어던지고 싶다. 하지만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데 일일이 ‘백신 맞았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일 “실외에서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는 내용 자체가 방역 긴장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와 고민 중”이라며 “실외라도 집회나 행사, 스포츠 경기장과 공연장, 쇼핑센터 등 다수가 모이는 장소에선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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