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 벌러 온지 하루도 안돼… 새 직장 찾아 이사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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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실종-사망자들 사연
남미서 백신관광 일가족도 포함
소년과 함께 구조됐던 어머니 숨져

24일(현지 시간) 발생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 인근 아파트 붕괴 사고로 사망한 글라디스 로사노-안토니오 로사노 씨 부부(위쪽 사진).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던 아들 부부의 집은 붕괴되지 않았다. 파라과이 대통령 부인 동생 가족의 유모였던 루나 빌랄바 씨는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학비를 벌기 위해 미국에 왔다가 실종됐다. 마이애미헤럴드 홈페이지 캡처
24일(현지 시간) 발생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 인근 아파트 붕괴 사고로 사망한 글라디스 로사노-안토니오 로사노 씨 부부(위쪽 사진).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던 아들 부부의 집은 붕괴되지 않았다. 파라과이 대통령 부인 동생 가족의 유모였던 루나 빌랄바 씨는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학비를 벌기 위해 미국에 왔다가 실종됐다. 마이애미헤럴드 홈페이지 캡처
학비를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난 여성, 아들집으로 이사할 꿈에 부풀었던 어머니…. 마이애미 아파트 붕괴 사고 사흘째인 26일(현지 시간) 실종자와 사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파라과이 대통령 부인 동생 가족의 유모였던 루나 빌랄바 씨(23)는 사고가 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이 아파트에 도착해 묵었다가 실종됐다. 파라과이에서 간호학교에 다녔던 그는 집안 사정이 어려워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유모 자리를 구했다. 파라과이 언론은 그가 이번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한 번도 고향을 떠난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의 어머니는 “미국에 잘 도착했다는 연락도 받았는데, 마음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사고 아파트에서 20년 넘게 살다가 실종된 힐다 노리에가 씨(91)는 아들 부부와 함께 살 준비를 하며 집을 부동산에 내놓은 상태였다. 1960년 쿠바에서 미국으로 온 그는 남편과 6년 전 사별했다. 그의 며느리는 “며칠 전 ‘아버지의 날’을 기념해 가족들이 모여 외식을 하고 어머님을 집에 모셔다 드렸는데, 그게 마지막 만남이 됐다”고 했다.

아들, 며느리 부부와 사고 아파트의 다른 호에 살던 안토니오 로사노 씨(83)와 글라디스 로사노 씨(79) 부부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붕괴 사고 몇 시간 전에 이 부부는 아들 부부와 저녁 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아들 세르히오 로사노 씨는 24일 새벽 ‘토네이도가 몰아치는 듯한 소리’를 듣고 발코니로 달려 나갔다. 그는 “원래 건너편에 부모님의 아파트가 보여야 했지만 거기 없었다. 사라져버렸다”며 울먹였다.

신혼부부였던 니콜 도란만시로브, 루슬란 만시로브 부부는 지난달 결혼식을 올린 뒤 새 직장을 찾아 마이애미로 이사했다가 실종됐다. 아르헨티나에서 성형외과 의사로 일하던 안드레스 갈프라스콜리 씨(45)는 딸 소피아(6)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시키기 위해 남편과 함께 마이애미에 왔다가 셋 모두 실종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동성(同性) 부부였던 이들은 소피아를 입양했다.

사고 후 잔해 더미에서 “나를 두고 가지 마세요”라고 외쳤던 아들 조나 핸들러(15)와 함께 구조됐던 어머니 스테이시 팽 씨(43)는 부상이 심해 끝내 숨졌다. 팽 씨는 구조 과정에서 다리를 절단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실종된 제이크 새뮤얼슨 씨는 24, 25일 이틀간 할아버지의 집 전화번호로 총 16통의 전화가 걸려와 가족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현지 매체에 말했다. 그는 “수화기 너머로 아무런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26일부터는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고 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마이애미 아파트 붕괴 사고#안타까운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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