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복지후진국 한국, 기본소득 필요”… 野 “李 생각이 후진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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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선주자들의 기본소득 논쟁]
李, ‘기본소득’ 여야 협공 몰리자 “복지후진국선 도입 쉬워” 반격
원희룡 “청년 좌절 먹는 기생충”… 윤희숙 “아전인수도 정도껏 해라”
野, 기다렸다는 듯 추가 공격… ‘이재명 때리기’ 본격 나선 모습

“대한민국은 복지만큼은 규모나 질에서 후진국을 면치 못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5일 페이스북에 “기본소득 도입은 복지선진국일수록 더 어렵고, 우리 같은 복지후진국이 더 쉽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기본소득제’를 제안했다는 내용을 공유했다가 여야로부터 동시다발적 공격을 받자 반박에 나선 것.

이 지사의 ‘복지후진국’ 발언을 둘러싸고 야권에서는 “이 지사의 생각이 후진적”(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청년·서민 좌절 먹는 기생충”(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날 선 공격이 즉각 이어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내 경선을 앞둔 여권 내 경쟁자들은 물론이고 야권에서도 본격적인 정책 검증을 통해 ‘이재명 때리기’에 본격 나선 모습”이라고 했다.

○ 여야 모두 ‘기본소득’ 맹공
기본소득을 겨냥한 여야의 ‘협공’으로 궁지에 몰린 이 지사는 5일 “대한민국은 전체적으로 선진국이 맞지만, 복지만큼은 규모나 질에서 후진국을 면치 못한다”며 “복지후진국에선 복지적 경제 정책인 기본소득이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전면 방어에 나섰다. ‘선진국에서는 기본소득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에 대한민국은 저부담 저복지인 복지후진국이라는 논리로 맞선 것.

하지만 야권은 기다렸다는 듯 후속 공격을 이어갔다. 야권 대선주자인 유 전 의원은 “복지예산 200조 원 쓰는 대한민국이 복지후진국? 이 지사의 생각이 후진적”이라며 “복지후진국 운운하며 끝까지 우기지만 이 지사의 경제와 복지에 대한 인식은 밑바닥이 드러났다”고 했다.

원 지사도 6일 “개념도 모르면서 이 지사가 기본소득을 고집하는 것은 청년과 서민의 좌절을 먹고 사는 기생충과 뭐가 다르냐”고 맹비난했다.

이 지사의 ‘복지후진국’ 해명은 같은 여권 내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비판을 반박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앞서 정 전 총리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지사가 주장한 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의 기본 요건도 갖추지 못했으며,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한 근거로 인용한 학자들의 주장마저도 왜곡됐다”며 “(바네르지 교수가)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은 맞지만 복지 행정력을 갖추기 힘든 가난한 나라에서 유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라고 했다. 선진국에서는 보편적 기본소득보다는 선별적 재정 지원이 적절하다는 취지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도 지난달 26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은 돈을 나눠주게 되면 그것이 양극화 완화에 도움이 될 리 없다”며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비판한 바 있다.

○ 이재명 측 “야권의 악의적 인용”
최근 기본소득 공방은 이 지사가 2일 페이스북에 “모든 국민에게 연간 100만 원 정도의 소액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바네르지 교수와 아내 에스테르 뒤플로 교수의 저서 내용을 인용하면서 시작됐다.

이를 두고 유 전 의원은 4일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성장도 아니고 복지도 아닌 사기성 포퓰리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도 가세해 “아전인수도 정도껏 하라”며 “바네르지, 뒤플로 교수는 선진국의 기본소득에 대해 이 지사와 정반대 입장”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친이재명계인 민주당 이규민 의원은 5일 “사실이 아니다. (윤 의원의) 악의적 인용”이라고 맞섰다. 이 의원은 “바네르지 교수는 기본소득의 유용성은 기본 전제로 깔고 이야기한다”며 “기본소득은 가난한 나라나 부자 나라나 모두 유용하지만, 선진국에서는 기본소득으로 소득을 보전해 주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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