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3無…캠프사무실-지원차량-문자홍보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캠프 사무실-지원차량-문자홍보 없이…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돌풍’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후보가 30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 연설회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후보가 30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 연설회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3무(無) 선거운동’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선거전의 필수 항목으로 꼽히는 캠프 사무실과 지원 차량 없이 ‘뚜벅이 운동’을 벌이고 있고, 홍보용 문자메시지도 발송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성공한다면 향후 정치 문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과 “조직표 결집에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엇갈리고 있다.

○ 이준석의 3無 선거운동
20일 출마를 선언한 이 전 최고위원은 캠프 사무실을 차리지 않았다. 중진 후보들이 저마다 국회 인근 빌딩에 사무실을 빌려 대규모 캠프를 차린 것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다. 이 전 최고위원 캠프 관계자는 “선거를 돕고 있는 사람이 5명 정도라 사무실이 필요하지 않다”며 “회의는 전화, 온라인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했다.

전국을 무대로 한 전당대회 선거운동을 자가용 없이 대중교통만 이용해 펼치고 있는 것도 이색적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수도권 일정을 소화할 때 주로 지하철을 이용한다. 교통카드 대신 60회 탑승이 가능한 5만5000원짜리 정기권을 활용한다. 지방 일정도 고속철도(KTX)와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소화한다. 2030세대 사이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전철 마니아’로 통한다. 신형 전동차를 탈 때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릴 정도다.

이 전 최고위원은 또 당원과 일반 시민들에게 한 번 보낼 때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써야 하는 문자메시지를 전혀 발송하지 않고 있다. 유권자들이 선거 때마다 대량으로 발송되는 문자메시지를 ‘스팸 문자’로 인식하기 때문에 비용 대비 홍보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그 대신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을 최대한 활용한다. 다만 본경선에선 비전과 전략 중심의 문자메시지는 최소한으로 발송할 계획이다.

○ 예비경선 대구경북 당원 조사서도 1, 2위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28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당 대표 후보자 초청 경북도당 핵심당직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준석·주호영·나경원 후보(왼쪽부터)  2021.5.28  뉴스1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28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당 대표 후보자 초청 경북도당 핵심당직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준석·주호영·나경원 후보(왼쪽부터) 2021.5.28 뉴스1
이 전 최고위원 측은 이런 ‘3무 운동’에 대해 “돈을 아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평소 코인 투자를 한다”고 밝힌 이 전 최고위원은 22일 국민의힘 ‘0선·초선’ 당 대표 후보 합동 토론회에서 김웅 의원이 ‘코인(가상화폐)으로 얼마를 벌었느냐’고 묻자 “(예전에) 선거를 몇 번 치를 정도로 벌었다고 얘기했었다”면서도 “억측이 많은데, 절대 많지 않다. 선거비용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고 했다. 조직 동원 등 기존 정치 문법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선거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전 최고위원은 28일 “1만 원의 기적을 보여달라”며 후원금 모금에 나선 지 사흘째인 30일 정치자금법상 한도인 1억5000만 원을 채웠다. 후원자의 절반가량이 1만 원 소액 후원이었고, 2030세대가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후원 인증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국민의힘 예비경선 결과 자료에 따르면 이 전 최고위원은 여론조사 2개 기관 중 1곳의 당원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 지역 1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A사 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32.14%로 주호영 의원(29.64%)에 앞선 1위였고, B사 조사에서는 29.64%로 주 의원(34.64%)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 당원들조차 이 전 최고위원에게 전략적 투표를 했다는 분석이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야권에선 막판으로 갈수록 ‘3무 운동’의 한계가 드러날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반시민 여론조사가 50%였던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당원 투표가 70%에 달한다”며 “개별 접촉이 중요한 조직표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국민의힘#이준석#3無 선거운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