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유통구조 못 믿어” 출판사 차리는 작가들

이호재 기자 입력 2021-05-04 03:00수정 2021-05-04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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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가 도서 판매량 일방 통보
베스트셀러 작가도 내역 잘 몰라
출판사 아작, 작가에게 인세 미지급
“정보 투명하게 공유해 신뢰 쌓아야”
최근 공상과학(SF) 출판사 아작이 여러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 인세를 지급하지 않다가 문제가 되자 뒤늦게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1월에는 이상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김금희 작가가 저작권을 일정 기간 양도하라는 문학사상사의 요구를 비판하며 수상을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

유독 출판계에서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문학전문지 뉴스페이퍼의 이민우 대표는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작가들이 출판 계약금과 인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불합리한 출판업계의 분위기가 바뀌지 않고 있다”고 설명하며 “최근 작가들이 직접 출판사를 차리는 것도 책 판매량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불투명한 출판계 관행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작가 김영하가 출판사 복복서가를 설립한 데 이어 임경선도 1인 출판사 토스트를 세웠다. 앞서 이슬아(헤엄)와 김서령(폴앤니나), 김민섭(정미소)도 출판사를 차렸다. 이 대표는 “무명작가들은 출판사가 책을 내준 것만으로도 감사해하며 계약상 불합리한 일이 벌어져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보통 서점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납품받아 판매하고, 안 팔린 책은 다시 출판사로 반품한다. 이 과정에서 서점과 출판사는 책 판매 및 반품 수량을 공유한다. 반면 작가들은 이런 수치를 직접 확인하지 못하고, 출판사의 통보에 기대는 형편이다. 일부 출판사들이 인세 지급을 누락할 수 있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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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작 출판사 논란도 이런 출판계 구조와 무관치 않다. 박은주 아작 대표는 1일 사과문을 통해 여러 작가에게 판매 내역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작가 장강명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 영화는 전국 관객이 몇 명인지 실시간으로 집계되고 공개된다”며 “그런데 작가들은 자기 책이 얼마나 팔리는지 출판사에 의존하는 것 외에 알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작가 1532명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가 책 판매량을 출판사로부터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인세를 현금이 아닌 현물로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한 작가도 36.5%에 달했다. 조사 책임자인 공병훈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출판계에 공정한 유통 구조가 마련되지 않으면 향후 영화, 오디오북 등 2차 저작권으로 책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커질 것”이라며 “출판사들이 솔선수범해서 구조를 바꿔가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저자들이 자신의 책 판매량과 인세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일부 출판사처럼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2월 저자와 인세 정보를 공유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든 다산북스의 김선식 대표는 “판매 부수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는 출판업계의 관행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저자들과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면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책#유통구조#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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