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초선들 ‘조국-추미애-靑인사’에 직격탄… 당원 게시판 “배신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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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이후]비판 쏟아진 與초선 120분 간담회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의 초선 의원들이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의 참패 원인은 저희들을 포함한 민주당의 착각과 오판에 있었음을 자인한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의 초선 의원들이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의 참패 원인은 저희들을 포함한 민주당의 착각과 오판에 있었음을 자인한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동안 당의 단합을 위해 자중했는데 오히려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영인 의원)

9일 4·7 재·보궐선거 이틀 만에 모인 54명의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지난 1년간 뭐하다 뒤늦게 쓴소리냐”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같이 말했다. 17대 국회 때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내 108명의 초선 의원이 ‘108번뇌’라고 불릴 만큼 앞다퉈 전면에 나서는 바람에 도리어 혼선을 초래했던 점을 반면교사로 삼았다는 것.

여권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국회 활동이 줄어든 탓도 있겠지만 21대 초선 의원들은 일부 강경파를 제외하고는 당 지도부에 너무 순응적이란 비판이 적지 않았다”며 “선거 참패를 계기로 뒤늦게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했다.

○ 청와대·친문까지 ‘맹폭’

이날 초선 의원들은 비공개 간담회 뒤 성명을 내고 “당헌 당규에 의하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서울·부산시장) 공천을 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당 지도부를 직격했다. 간담회에서는 검찰개혁을 비롯해 조국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갈등에서 민주당의 대응, 청와대 인사 등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해 논란이 된 고민정 의원은 불참했다.

강선우 의원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시장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사과가 두루뭉술했고 구체적인 사항도 없었다”고 말했다. 권인숙 의원도 “지난 과정에서 굉장히 많이, 다양하게 있었던 2차 가해에 대해 당이 적극적으로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가 지지층에만 기댔던 게 아니냐는 쓴소리도 나왔다. 김회재 의원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소신 있고 용기 있는 목소리를 충분히 개진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우 의원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읽지 못하면 ‘그들만의 당’이 된다”고 말했다.

당내 20, 30대 의원인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전용기 의원은 별도 성명을 내고 당 지도부가 당헌 당규를 개정해 후보를 낸 것을 “(박 전 시장의 성 비위) 문제를 회피하고 외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오만함”이라고 비판했다. 오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조국 전 장관 사태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 국민들이 사과를 요구하면 사과할 용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오 의원은 지난해 입당 기자회견에서 조 전 장관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모든 학부모가 관행적으로 해온 행위를 지나치게 부풀렸다”며 감싸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다른 의원들도 지난 1년간 “추미애 장관 사퇴 요구는 독립운동이 시끄럽다고 친일하자는 꼴”(장경태 의원), “(박 전 시장 성추행 관련 질문은) 형법상 사자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는 내용”(이소영 의원) 등의 발언으로 앞장서 여권 인사를 옹호해 왔다. 이 때문에 조 전 장관 사태 등을 옹호하거나 침묵했던 의원들이 뒤늦은 ‘손절’에 나섰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친여 온라인 커뮤니티와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 등에선 이들을 향해 “배신자” “민주당 초선 5적” “스스로 망하자는 것” “검찰개혁한 사람들을 총질하라고 180석을 만들어 줬느냐”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 친문-강성 지지층과 선 긋기

전날 김해영 전 의원에 이어 이날도 여권 내 소장파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C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해 온 것에 비해서는 표차가 덜 났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 전 총장은 “180석을 해 줬을 때 조금 한 걸음 늦더라도 어떻게든지 협치를 하려는 모습을 좀 보여줬어야 됐다”며 “그런데 상임위원장뿐 아니라 법안 처리에서도 그렇게 독주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전부 받아주고 끌려 다니면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전날 최고위원에서 물러난 노웅래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친문(친문재인)’으로 꼽히는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이 선임된 것을 두고 “국민들이 ‘이 사람들이 아직도 국민을 바보로 아는 거 아닌가’ 이렇게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 소장파로 꼽히는 박용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새로운 인물, 새로운 가치, 새로운 노선을 표방할 수 있어야 당을 그렇게 움직여 나갈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허동준 기자
#조국#청와대인사#배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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