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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MZ세대 함께 보는 국민잡지로” 51년 샘터의 변신

입력 2021-04-01 03:00업데이트 2021-04-01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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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피천득-법정 ‘스타 필진’… 국내 최장수 문화교양 월간지
창간 51주년 기념호서 새단장… 손재형 선생 붓글씨 제호 대신
젊은층 타깃 영문 ‘SAMTOH’ 배치… 음식 등 일반인 취향 맞춘 글 게재
“누구나 구매” 3500원 가격 그대로
왼쪽부터 이해인 수녀, 피천득 시인, 법정 스님
“휴…. 아들아, 우리 ‘샘터’가 어디 간 거니?”

최근 김성구 샘터 대표(61)가 새롭게 단장한 월간지 ‘샘터’를 건네자 어머니 이용자 여사(89)는 한숨을 쉬었다. 이 여사는 샘터를 처음 만든 고(故) 김재순 전 국회의장의 부인으로 51년간 샘터를 곁에서 지켜본 인물. 표지와 구성이 기존과 완전히 달라진 샘터를 보고 깜짝 놀란 것이다.

이 여사는 샘터를 며칠 만에 다 읽었다. 그러고선 아들인 김 대표에게 아무런 불만도 말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어머니가 새로운 샘터도 기존 샘터의 정신을 계승했다는 점을 알아봐 주신 것 같다”며 “샘터에 오랫동안 글을 쓰셨던 이해인 수녀님도 ‘예쁜 샘터’로 다시 태어났다며 축하해 주셨다”고 말했다.

국내 최장수 문화 교양 월간지 샘터가 창간 51주년 기념호인 4월호를 3월 23일 펴내며 새 단장을 했다. 샘터는 김 전 의장이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를 모토로 1970년 4월 창간한 ‘국민 잡지’다. 피천득 시인,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 등을 필진으로 두고 다채로운 글을 실어 인기를 끌었다. 1980년대 초만 해도 발행부수가 50만 부에 달했다. 그러나 잡지 시장 침체로 수요가 줄면서 최근 발행부수는 3만 부로 떨어졌다. 2019년엔 폐간 위기에 내몰렸으나 독자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기사회생했다. 한 30년 독자는 “꼭 샘터를 발행해 달라”는 당부와 함께 사무실에 1000만 원짜리 수표를 놓고 가기도 했다.

가장 눈에 띄는 샘터의 변화는 표지 제호다. 1970년 4월 창간호 당시 서예가 손재형 선생이 붓글씨로 쓴 이래로 50년간 사용한 ‘샘터’ 제호가 사라졌다. 그 대신 영문 ‘SAMTOH’를 하단에 배치했다. 이종원 샘터 편집장은 “샘터의 상징 같은 제호를 바꾸기까지 고민이 많았다”며 “시대가 변한 만큼 젊은 세대들이 좋아할 수 있는 서체로 제호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과거 표지에 ‘○○년 ○월호’식으로 호수를 표시하는 것도 없앴다. 언제 구매해도 좋은 단행본의 성격을 가미하기 위해서다. 기존 샘터가 대학교수나 문인들의 에세이를 담았다면 새 샘터는 일반인의 취향에 초점을 맞춘 글을 싣는다. 4월호에선 ‘취향대로 살고 있나요?’를 주제로 음식, 반려동물 등에 대해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취향을 반영해 이전보다 사진을 더 많이 실었다.

하지만 가격은 바뀌지 않았다. 112쪽인 4월호 가격은 직전 호와 같은 3500원이다. “누구나 사서 읽을 수 있도록 샘터는 항상 담배 한 갑(현재 국산 담배 4500원)보다 싸야 한다”는 김 전 의장의 생전 원칙에 따른 것이다.

변화에 두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선 바꿔야 했다. 김 대표는 30대 편집자들을 주축으로 샘터를 바꾸라고만 부탁한 뒤 편집 방향에 대해선 일절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혹 잘못 만들어질까 밤잠을 설쳤지만 새 샘터를 받아들곤 기우였다는 걸 깨달았단다. 김 대표는 “오랫동안 샘터를 만든 내 노하우가 갇혀 있는 생각이고 오히려 변화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전혀 참견하지 않았다”며 “이제 새로운 샘터의 주인공들을 받아들이고 싶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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