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조상’ 하프시코드, 현대의 피아노와 만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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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안종도, 내달 24일 공연
피아노 구조와 다른 ‘하프시코드’… 건반 누르면 현을 뜯어서 소리
바로크∼모차르트 시대 활약… “짧은 소리의 안개 낀 듯한 매력
청량하고 투명한 음색이 장점… 두 악기의 매력 비교해 보세요”

내달 24일 공연을 갖는 피아니스트 겸 하프시코드 연주자 안종도가 하프시코드를 연주하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하프시코드는 대부분 옛 악기 형태를 현대에 복원한 것으로, 바로크 특유의 화려한 장식까지 재현했다. 안종도 제공
내달 24일 공연을 갖는 피아니스트 겸 하프시코드 연주자 안종도가 하프시코드를 연주하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하프시코드는 대부분 옛 악기 형태를 현대에 복원한 것으로, 바로크 특유의 화려한 장식까지 재현했다. 안종도 제공
피아노의 조상인 하프시코드와 현대의 피아노가 한 무대에 오른다. 다음 달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챔버홀에서 열리는 ‘안종도 하프시코드·피아노 리사이틀’.

“유럽에서도 하프시코드와 초기 피아노인 ‘피아노포르테’가 한 콘서트에서 연주되는 경우는 있지만 하프시코드와 현대 피아노를 연주하는 경우는 드물죠. 두 악기의 매력을 같은 무대에서 비교해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안종도는 2012년 프랑스 롱 티보 크레스팽 콩쿠르에서 피아노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뒤 유럽을 중심으로 연주 활동을 이어오다 4년 전 프랑스 바로크 작곡가 라모의 작품에 빠졌다. 독일 브레멘 국립음대에서 카르스텐 로프 교수에게 하프시코드를 배웠다. ‘해머’로 현을 때리는 피아노와 달리 하프시코드는 건반을 누르면 ‘뜯개’가 현을 뜯어 소리를 낸다.

“라모의 곡을 피아노로 칠 때는 특유의 아름다움이 살아나지 않았어요. 정밀한 표현이 가능한 피아노와 달리 하프시코드는 묘사할 대상 앞에 안개가 끼어 있는 것 같아 소리가 짧고, 이내 사라지죠. 대신 은유법을 쓰듯 특유의 아름다운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피아노와 하프시코드 건반 앞을 오가며 감각을 전환하기란 힘들었다. “바꿔 앉을 때마다 마치 옷장에서 옷이 쏟아진 것처럼 혼란스러웠죠.” 안종도는 최근 건반악기 거장 리처드 이가를 방문해 집중 수업을 받았다. “‘악기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소리의 근원인 사람은 바뀌지 않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 뒤 두 악기를 다루기가 한층 편해졌습니다.”

이번 콘서트 1부에선 17세기 프랑스 바로크 작곡가인 루이 쿠프랭의 클라브생 모음곡집 F장조를 하프시코드로 연주한 뒤 모차르트의 환상곡 3번과 소나타 17번을 피아노로 연주한다. 2부에선 쿠프랭과 같은 시대의 독일 작곡가인 요한 프로베르거의 ‘페르디난트 4세의 서거를 위한 라멘토(비탄)’를 하프시코드로, 이어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를 피아노로 연주한다.

클라브생 모음곡 F장조를 작곡한 루이 쿠프랭은 더 잘 알려진 작곡가 프랑수아 쿠프랭의 삼촌이다. 환상적인 느낌 속에도 기쁨과 겸손, 맑음이 들어있는 작품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모차르트의 환상곡 3번은 작곡가가 마지막 열 마디를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탓에 제자가 악보를 채워 넣은 곡이다. 그는 이번에 열 마디를 자기 방식대로 채워 선보인다고 귀띔했다.

후원자의 죽음에 부쳐 작곡한 프로베르거의 곡에 대해서는 ‘추상적이면서도 애도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바로크 곡은 없었죠. 낭만주의 시대의 슈만이 썼다고 해도 믿을 작품입니다.”

그는 리사이틀에 앞서 4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김광현이 지휘하는 원주시립교향악단과 하이든의 하프시코드 협주곡 11번을 협연한다. “피아노로도 연주하도록 작곡됐지만 하프시코드로 할 때 더 눈부신 소리가 표현되죠. 하이든 시대에 없던 큰 홀에서 하는 연주여서 독주부가 오케스트라에 묻히지 않도록 연구하고 있습니다.”

24일 리사이틀 3만∼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하프시코드#피아노#안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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