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덕에 생계비 숨통”… “피해 실태조사후 차등 지원을”

김하경 기자 , 박성진 기자 , 이지윤 기자 입력 2021-03-29 03:00수정 2021-03-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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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10개월 현장에선]<上> 만족도 엇갈리는 수혜자들
서울 송파구에서 개인 트레이닝(PT)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정은주 씨가 22일 기구들을 정리하다가 잠시 앉아 쉬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경기 성남시에서 노래방을 하는 정상현(가명·56) 씨는 최근 가게 문을 닫고 아내와 노래를 불렀다. 스트레스나 풀 겸 시작한 노래가 한 곡, 두 곡 아무 말 없이 4시간 동안 이어졌다. 마이크를 놓은 아내가 “이젠 그만해요”라고 했을 때 정 씨는 그게 노래를 그만 부르자는 말이 아닌 걸 알았다. 그들은 노래방을 접고 다른 일을 준비하고 있다.

정 씨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영업제한 조치로 생긴 손실을 정확히 조사해 ‘보상’을 해줘야지 왜 일률적 ‘지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 정교한 실태조사 없어 나랏돈 누수 우려

정부는 빠른 속도로 재난지원금을 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시간이 다소 걸려도 정교한 조사를 토대로 피해가 큰 곳에 돈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례로 여행업계는 영업이 불가능해져 집합금지 상태와 다름없는데도 2차와 3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100만 원씩만 받을 수 있는 ‘일반 업종’으로 분류됐다. 여행사 대표 A 씨는 “1년째 매출이 0원”이라며 “차라리 여행업도 집합금지 업종으로 해 지원 규모를 늘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본보 취재 과정에서 이처럼 업종 간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경기 용인시 당구장 주인인 박은성 씨(50)는 “3차 지원 당시 장사를 전혀 못하는 집합금지 업종에 300만 원이 지원된 반면 영업이 가능한 집합제한이나 일반 업종에는 100만∼200만 원이 지원됐다”며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강모 씨(50)도 “금지 업종마다 피해 규모와 양상이 다른데 지원금 기준은 너무 일률적”이라고 말했다. 지원금의 절대 액수가 적다는 불만과 장사를 그나마 할 수 있는 다른 업종과 비교할 때 불만이라는 목소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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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신정욱 씨(33)는 “2차 재난지원금은 2주간 집합금지 후 200만 원을 받았는데 3차 재난지원금은 6주 동안이나 영업을 못했는데도 300만 원이 나왔다”며 “피해를 본 기간과 비례하지 않는 지원”이라고 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정모 씨(45)는 “업종별 실태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로 지원을 해 자영업자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무자격자에게 나랏돈이 새는 조짐도 감지된다. 부산에서 카페를 하는 권도일 씨(49)는 “현장심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영업을 하지 않으면서 서류상으로만 사업자등록을 한 사람들이 재난지원금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 소규모 농가에 30만 원을 주기로 했지만 농민들은 ‘0.5ha 미만’이라는 땅 크기를 기준으로 한다는 데 의문을 표시했다. 실제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땅만 가진 ‘무늬만 농민’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충남 홍성에서 고추를 재배하는 유동균 씨(47)는 “농촌의 사정을 파악하지 않고 정책을 낸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 대리기사 프리랜서 등 “지원금 덕에 숨통”

특수고용직 노동자나 프리랜서들은 지원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리운전기사인 이상국 씨(48)는 “대리운전기사의 평균 수입이 월 150만 원인데, 영업시간 제한으로 수입이 종전의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고용안정지원금 150만 원이 없었다면 생계가 막막해졌을 것”이라고 했다.

학교에서 방과후 음악 교실 강사로 일하는 프리랜서 김모 씨(30·여)도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아예 일감이 끊겨 고충을 겪었다.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 중에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심지어 악기를 팔아 생활비를 충당하는 사람도 있었다. 김 씨는 “남편도 프리랜서라 막막했는데 긴급 지원금도 받고 학교 방역업무에도 참여해 인건비를 받아 다소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다만 자영업자들은 같은 업종이라도 규모를 고려해 재난지원금을 차등 지급해야 지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서울 성동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한모 씨(52)는 “면적이 70m² 이상인 학원과 1인이 운영하는 교습소 간 고정비용은 큰 차이가 난다”며 실태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지원 체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에서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차상민 씨(41)는 “상권이 죽으니 업종에 관계없이 다 같이 문을 닫고 있다”며 “소비쿠폰으로 상권을 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60)는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본보가 만난 많은 자영업자들은 저리 대출을 요구했다. 숙박업을 하는 정모 씨(60)는 “저리 대출을 늘리거나 TV 시청료를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등 지속 가능한 정책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행업을 하는 A 씨는 “지금은 관광 사업자 등록을 근린상가에만 하도록 돼 있는데 자택에서도 사업을 하도록 해주면 임차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하경 whatsu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박성진·이지윤 기자
#재난지원금#생계비#숨통#수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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