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왜 극우로 향하는가 [책의 향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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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카스 무데 지음·권은하 옮김/284쪽·1만6000원·위즈덤하우스

누구나 불합리한 차별이나 따돌림은 잘못된 거라고 배운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의 이익과 결부되거나, 집단을 통해 무비판적으로 수용될 때 혐오와 차별에 대한 도덕적, 심리적 저항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독일 영화 ‘엑스페리먼트’(2001년)에서 간수 역할을 맡은 평범한 사람들을 잔혹한 폭력배로 만든 건 인간 본연의 지배욕과 더불어 사회적 차별을 전제로 한 역할놀이였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파시즘에 대한 혐오로 주류 정치권에서 배척돼 온 극우가 21세기 들어 세계적으로 확산된 양상을 보여주며 그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예컨대 전통적으로 톨레랑스(관용)를 내세워 온 프랑스에서 2002년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장마리 르펜이 16.9%의 득표율을 거둬 유럽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러나 불과 15년 뒤 그의 딸인 마린 르펜의 득표율은 33.9%로 치솟았다.

좌파, 우파를 나누는 기준은 뭘까. 이탈리아 철학자 노르베르토 보비오에 따르면 불평등을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이면 우파, 부정적이면 좌파다. 저자는 이 관점을 바탕으로 소수자 권리보호 등 자유민주주의 자체에 적대적인 우파를 ‘극우’로 분류하고 있다.

저자는 극우가 21세기 들어 발흥하는 원인을 각종 사회·경제적 위기에서 찾고 있다. 2001년 9·11테러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5년 난민 위기를 겪으면서 서구에서 극우세력이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각국에서 선거의 핵심 어젠다가 세금, 실업 등 경제문제에서 이민, 범죄 같은 사회·문화 이슈로 바뀐 것도 영향을 끼쳤다.

이에 따라 극우를 비판하던 기존 주류 정당들이 이들을 벤치마킹해 ‘우익 포퓰리즘’ 정책을 구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비단 서구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끄는 인도인민당은 힌두 민족주의를 앞세워 무슬림 이민자의 시민권 취득을 막으려 하고 있다. 저자는 “극우에 대한 대응은 결국 자유민주주의 강화에 달려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책의 향기#극우#혐오#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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