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주민들이 트랙터 반납 시위하는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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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산불 피해 재난지원금
행안부가 한전에 구상권 청구 검토
주민들 “피해보상금 크게 줄 것”
트랙터 반납하고 단식농성 계획도

23일 강원 춘천시 도청 앞 광장에서 고성 산불 피해 주민들이 정부의 피해보상금 구상권 청구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주민들은 항의 차원에서 고성에서 몰고 온 14대의 트랙터를 반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23일 강원 춘천시 도청 앞 광장에서 고성 산불 피해 주민들이 정부의 피해보상금 구상권 청구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주민들은 항의 차원에서 고성에서 몰고 온 14대의 트랙터를 반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23일 오전 9시경 강원도청 앞 광장에서는 고성 산불 피해 주민들의 집회가 열렸다. 집회 현장에는 전날 주민들이 고성에서부터 몰고 온 트랙터 14대가 세워져 있었다. 이 트랙터는 2019년 산불 이후 농림축산식품부와 강원도로부터 지원받아 구입한 28대 가운데 일부로 주민들이 항의 차원에서 강원도에 반납하기 위해 직접 찾아온 것.

주민들의 불만은 행정안전부가 이재민들에게 지급한 재난지원금을 산불 원인 제공자인 한전에 구상권을 청구해 받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시작됐다. 한전은 행안부가 구상권을 청구하면 이재민에게 지급할 피해보상금에서 구상권 금액을 제외하고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행안부가 구상권을 청구하면 이재민들은 한전으로부터 받을 피해보상금이 크게 줄어들 처지여서 구상권 청구 방침 철회를 촉구하는 것이다. 당초 한전은 1000억 원 규모의 피해 보상을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행안부가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금액이 300억 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이만큼 피해보상금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날 집회에 나선 주민들은 성명서를 통해 “행안부와 한전의 초법적 행태로 피해민을 두 번 죽이는 현실을 국민 앞에 고발한다”며 “감사원도 구상권 문제를 협의체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피해민을 위해 바람직하고 적극 행정 차원으로 생각한다고 정리해줬는데도 행안부는 합의한 내용을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한전 사장은 협상을 제안하면서 민사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지금은 어디에 숨었는가”라며 “피해보상금을 즉각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노장현 고성한전발화 산불피해 이재민 비상대책위원장은 “감사원 의견까지 무시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초법적 명령하달식 행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트랙터 반납을 시작으로 무기한 투쟁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24일부터 한전 본사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갈 계획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주민들의 생계와 주거 안정이 먼저다. 행안부에 구상권 청구 문제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행안부의 입장이 강경하다.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최대한 빨리, 많은 금액이 지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성 산불은 2019년 4월 4일 오후 7시 17분경 토성면에서 발생해 1267ha의 산림을 훼손했다. 또 2명이 숨지고, 이재민 1300여 명이 발생했다. 산불이 전신주의 전선이 끊어지면서 생긴 아크(전기불꽃)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져 한전 직원 7명이 업무상 실화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강원도청#고성#트랙터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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