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문학의 거장 러브크래프트… 그의 인종차별주의 깨고 싶었다”

전채은 기자 입력 2021-02-23 03:00수정 2021-02-23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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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컨트리’ 저자 맷 러프
1950년대 흑인들의 삶-고통 조명
동명 드라마 골든글로브 후보 올라
“한국에도 작품 알리게 돼 기뻐”
‘러브크래프트 컨트리’(왼쪽)의 저자 맷 러프.
몸이 갈라지며 흰색 촉수를 뻗는 괴물, 낯선 고대의 의식, 기괴한 흑마술….

미국 작가 맷 러프(56)의 소설 ‘러브크래프트 컨트리’에선 공포 문학의 거장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1890∼1937)의 작품을 읽어본 이들에게는 익숙한 모티브가 펼쳐진다. 제목만 봐선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그대로 답습했을 것 같지만,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자가 러브크래프트의 서사를 영리하게 비꼰 흔적이 보인다. 2016년 발표한 이 작품으로 저자는 이듬해 미국의 권위 있는 공상과학(SF) 문학상인 인데버상을 받았다.

이 책의 한국어 번역본이 최근 은행나무에서 출간됐다. 러프의 책이 한국에 소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저자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러브크래프트의 도덕적 실패를 인정한다고 해서 그의 예술을 즐길 수 없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저자가 이 작품을 통해 비판한 건 인종차별이다. 러브크래프트는 ‘검둥이들의 탄생(On The Creation of Niggers)’이라는 제목의 시를 남길 정도로 유색인종에 대한 혐오가 심했다. 저자는 “1980년대 대학에 다닐 때 친하게 지낸 흑인 친구가 인종차별이 두려워 등산조차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여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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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프는 책에서 흑인과 백인을 분리한 ‘짐 크로(Jim crow) 법’의 시대를 통과한 1950년대 흑인들의 삶과 고통을 정교한 방식으로 조명한다. 흑인 주인공들은 눈앞의 괴물들과 싸우는 동시에 백인 남성 중심의 권력구조에도 저항한다. 저자는 “정확한 시대 묘사를 위해 1950년대 신문기사와 ‘선다운 타운스’ 등 미국 흑인을 다룬 역사책을 깊이 연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저자는 소설에 등장하는 개별 인물들의 설정에도 인종차별 문제를 섬세하게 고증해 반영했다. 주인공 중 하나인 흑인 청년 애티커스는 6·25전쟁 참전용사로 등장한다. 저자는 “미국엔 흑인들이 전쟁에 나가 자신의 애국심을 증명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국가로부터 차별받는 흑인들에게 더 강한 애국심이 강요되는 역설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특히 6·25전쟁을 마지막으로 흑인부대가 해체돼 상징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미국 HBO가 이 책을 원작으로 제작한 동명 드라마는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 최우수 TV 드라마 부문 후보에 올랐다. 저자는 “작품이 새로운 독자들에게 소개되는 건 언제나 즐거운 경험”이라며 “한국에도 드디어 작품을 알리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러브크래프트#저자#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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