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다가오는 반도체 빅사이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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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도연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부장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부장
2016∼2018년 경험한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은 역사상 가장 강했다. 빅사이클 또는 슈퍼사이클이라는 표현이 붙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D램 사업부의 분기 최고 영업이익률이 각각 70%, 60%에 육박할 정도였다. 공급 부족에 의한 반도체 가격 급등 때문이었다.

당시 상승 사이클의 전반부는 스마트폰 수요가 견인했다. 2016년 하반기(7∼12월)부터 개선되기 시작한 스마트폰 수요가 이듬해 상반기(1∼6월) 상당 부분 일단락됐다는 시각이 제기되며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고,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투자를 줄였다.

그런데 2017년 2분기(4∼6월)부터 오히려 서버 수요가 급증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을 위한 헤게모니 경쟁을 위해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섰고 이에 필요한 반도체를 대규모로 구매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2018년 3분기(7∼9월)까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했다.

2018년 대규모 반도체 증설과 미중 분쟁에 따른 수요 급감으로 반도체는 하락 사이클로 반전됐다. 상승 사이클이 빠르고 강했던 만큼 하락 사이클도 가혹했다. 2019년 4분기(10∼12월) 서버 D램 가격은 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까지 하락했다.

코로나19에 의한 수요 급감에 D램 업체들은 투자를 늦추며 수요 회복을 기다렸다. 2020년 3분기부터 스마트폰 출하량이 회복됐고, 2021년 1분기부터 D램 가격 상승이 시작됐다. 서버 반도체 수요는 아직 본격적으로 출발도 안 했다. 현재 사이클 위치가 2017년 상반기와 유사해 보인다.

지난 반도체 빅사이클에 대한 교훈은 컸다. 분기 최대 이익은 달콤했지만 하락 국면의 높은 변동성은 아쉬웠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강 D램 업체들이 이번 상승 사이클에서 바라는 것은 뭘까. 이익은 다시 최대한 높이되 하락 사이클의 변동성은 낮추고 싶을 것이다.

다른 측면의 변수가 없다면 수요가 회복되는 시기에 투자를 지연시키는 것만으로 이익을 충분히 높일 수 있다. 게다가 이번 반도체 사이클에는 과거와 다르게 기술 변화에 의한 공급 제약 현상이 다수 발견된다. 메모리 반도체 빅사이클이 재현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이번 사이클에서 D램 업체들이 가격 하락에 대비해 어떤 전략을 취할지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하락 변동성을 축소시킨다면 분기 이익의 고점이 높아지지 않아도 연간 또는 중장기 평균 이익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부장
#반도체#빅사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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