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주목해야 할 파월의 팩터 ‘재정정책’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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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효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수석연구원
임병효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수석연구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플레이션에 관한 시각과 통화정책은 최근 제롬 파월 의장의 상·하원 의회 보고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시장이 반길 만한 선물은 없었지만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해선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된 것 같다.

특히 의미 있었던 내용은 2월 23일 상원 보고 후 질의응답 시간에 나왔다. 높은 자산가격과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파월은 “분명히 관계가 있다”면서도 자산가격 형성에 기여하는 다른 요인에 대해서도 줄줄이 언급했다. “백신 접종과 경제 재개, 재정 부양, 매우 수용적인 통화정책, 누적된 가계저축, 훨씬 더 높은 기업이익에 대한 기대” 등이었다. 이른바 파월의 ‘팩터(factor)’들이다. 경기 순환, 재정정책, 통화정책, 민간 신용, 기업 실적을 아우르는 틀이다.

지금 투자자들은 파월의 팩터 중 ‘통화정책’에 과몰입하고 있는 것 같다. 연준은 그동안 일관된 메시지를 주었지만 사람들은 연준 인사의 말 한마디에 기대와 실망을 반복한다. 최근 금리 및 기대 인플레이션의 상승은 통화정책의 관점에서 보면 불편한 현상이다. 하지만 같은 현상을 경기 관점에서 본다면 경기 개선을 가리키는 청신호이기도 하다. 그러한 과정에서 밀고 당기는 역학 관계가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와 자산 시장의 변동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경기 개선과 관련해 지금 더 주목해야 할 팩터는 재정정책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통화정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각국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상실된 소득 보전과 유효 수요 확대를 위해 재정정책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재난지원금, 보조금, 실업급여 확대 등 이런저런 정부 지출을 종합한 글로벌 재정 지원 규모는 국제통화기금(IMF) 추산으로 14조 달러에 이른다. 이 중 자본 투입, 대출, 보증 등 유동성 지원을 제외한 직접 지출만 7조8000억 달러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4%에 달하는 규모다.

각국 정부의 재정 적자 규모는 경기 회복에 따른 수입 증가, 팬데믹 관련 일시적 지출 감소 등으로 지난해를 최고점으로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는 세계 경제의 실질성장률과 잠재성장률 갭이 확연히 줄어들기 전까지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최소 3∼4년간 이런 흐름을 예상한다. 장기 확장적 재정정책은 경기 회복의 지속성과 재정 투입 분야의 성장 및 가치 프리미엄을 이끄는 요인이다. 그린, 디지털, 포용 경제로의 전환이 향후 주요국의 중요한 정책 과제인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임병효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수석연구원
#파월의 팩터#재정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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