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사라진 여야 성추행 공방[현장에서/전주영]

전주영 정치부 기자 입력 2021-01-12 03:00수정 2021-01-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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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욱 의원이 성폭행 의혹에 대해 8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고소하겠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주영 정치부 기자
지난주 국민의힘을 둘러싼 성추문 두 건이 연달아 터지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아침부터 긴급히 메시지를 내놨다. 김 위원장은 성폭행 의혹으로 탈당한 초선 김병욱 의원에 대해선 “피해자의 미투 고발이나 경찰 신고가 없어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추천해 선출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 정진경 변호사에 대해선 “교원 징계기록을 보지 못해 검증을 못한 과실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 어디에도 사건의 진상을 어떻게 밝힐 것인지, 피해자로 추정되는 여성을 위한 어떤 대책이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그 대신 “성비위 관련 사건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4·7 서울·부산 보궐선거에서 후보자들을 철저히 검증할 것을 국민께 말씀드린다”는 선거 관련 메시지만 덧붙였다. 비록 탈당은 했지만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국회 국정감사에서 벌어졌다는 의혹인 만큼 국회 측에 조사를 의뢰하겠다는 코멘트를 기대했지만, 희망사항에 그쳤다.

사실 당 차원의 진상조사는 당사자가 탈당을 했다는 이유로 손을 뗀 상태다. 지난주 국민의힘은 주호영 원내대표 중심으로 진상조사위를 구성할 계획이었지만, 김 의원이 7일 탈당 의사를 밝히자 예정됐던 회의마저 취소했다. 사건이 불거진 직후 당 관계자가 “비대위 차원에서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해놓고선 김 의원이 탈당하니 “논의 대상과 상황 자체가 없어졌다”고 했다.

그렇다고 호재를 만난 듯 국민의힘을 연일 비판해 온 더불어민주당이 뚜렷한 대안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민주당 신영대 대변인이 국민의힘을 향해 “가해자 중심주의의 끝”이라고 하는 등 공세가 이어졌지만 사건의 실체 규명이나 피해자를 위한 진지한 접근은 보이지 않아 “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전략적 공세 아니냐”는 평가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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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보궐선거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프레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여당은 이 프레임을 깨기 위해 골몰하고 야당은 이것이 깨질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런 정치적 계산 속에 정말 국회의 국정감사 과정에 이런 일이 있었는지, 국회에서의 가장 약자인 인턴비서의 인권 문제 등은 논의되지 않고 흘러가 버리고 있다.

특히 피해자를 둘러싼 진위 공방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는 11일 피해자로 추정되는 여성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이 여성은 “당사자의 의사는 물론 사실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허위사실 유포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저의 입장을 생각해주시고 더 이상의 억측은 자제해달라”고 밝혔다. 사건을 기정사실화하려는 민주당과 덮으려고 하는 국민의힘 사이, 한 여성이 고통받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전주영 정치부 기자 aimhigh@donga.com



#피해자#성추행#성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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