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없이 뛰게 해주는게 ‘김기동 축구’ 핵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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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시즌 포항 득점 1위 이끌고 3위 팀서 처음 감독상 받아 화제
“외국인 트리오 모두 떠난다 해도 새로운 공격자원 발굴할 자신”

포항 제공
포항 제공
“‘포항맨’이라는 (홍)명보 형이 울산을 맡아서 무척 신경이 쓰이네요.”

포항 김기동 감독(50·사진)은 지난해 3위 팀 사령탑으로는 K리그 사상 처음으로 ‘올해의 감독상’을 받아 화제가 됐다. 포항만의 공격 축구를 잘 구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도 부임한 2019년에 4위, 지난해 3위를 했던 그는 최근 홍명보 전 대한축구협회 전무(52)가 울산 감독을 맡았다는 소식을 듣고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그는 “나는 고졸, 명보 형은 대졸로 1991년 포항에 입단한 동기다. 나도 포항만의 축구 색깔을 내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데, 포항의 대표 스타 출신인 홍 감독이 어떠한 색깔을 선보일지 궁금하면서 긴장된다”고 말했다.

최근 포항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 감독은 자신의 축구 철학을 다음 시즌에도 잘 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넉넉하지 못한 구단의 재정에도 지난 시즌 송민규(22·득점 8위)라는 젊은 공격수를 키우고, 외국인 공격 트리오 일류첸코-팔로세비치-팔라시오스를 잘 활용하며 팀 득점 1위(56골)를 기록했다. 미드필더와 수비진의 간결한 플레이도 인상적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면서 잘못된 습관과 트라우마를 지워가는 것이 ‘김기동 축구’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지도 방식에 따라 선수의 능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김 감독은 “모든 플레이에 자신이 관여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던 팔로세비치에게 ‘네가 혼자 많이 뛸수록 일류첸코가 외로워지더라. 일류첸코는 너의 ‘킬 패스’만 기다릴 것’이라며 격려했더니 플레이가 180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포항의 새 시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외국인 공격 트리오가 모두 팀을 떠날 가능성이 큰 데다 국내 선수들도 임대 복귀와 병역 의무 등으로 여럿 전력에서 빠졌다. 그래도 김 감독은 “새 외국인 선수들을 포함해 ‘김기동 공격 축구’에 최적화할 수 있는 선수를 발굴할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송민규가 손흥민(토트넘)처럼 공수를 빠르게 전환할 수 있도록 파워를 키우는 것도 올 시즌 내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의 축구를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팀 전력의 플러스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선수들이 이제는 내가 없어도 알아서 전략을 논의한다. 나는 선수들을 지도하며 ‘점유율을 높여라’는 등의 얘기를 해 본 적이 없다. 그런 것보다는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팀 분위기를 즐겁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이런 말은 잊지 않고 자주 한다.

“인상을 쓰면 포항 축구는 진다.”

포항=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포항맨#김기동#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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