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위시, 안식 그리고 추억을 선물하는 소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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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어위시 한국지부

9월 뇌종양의 일종인 뇌간교종을 진단 받은 이유나 양은 의료진으로부터 호스피스 판정을 받고 메이크어위시 러시위시 대상자로 소원을 접수해 봉사자와 만남을 가졌다. 메이크어위시 제공
9월 뇌종양의 일종인 뇌간교종을 진단 받은 이유나 양은 의료진으로부터 호스피스 판정을 받고 메이크어위시 러시위시 대상자로 소원을 접수해 봉사자와 만남을 가졌다. 메이크어위시 제공
11월 메이크어위시 한국지부에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서울에 있는 모 대학병원의 의료사회복지사였다. 2개월 전 뇌종양의 일종인 뇌간교종을 진단받은 아동이 호스피스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연락을 받은 메이크어위시 초기 소원(Pre-Wish) 사업 담당자는 내부 봉사자 시스템을 통해 긴급 활동 봉사자를 모집했다. 모집 글을 보고 총 3명의 봉사자가 자원했고 아동 보호자와 봉사자의 만남이 이뤄졌다. 모든 활동이 24시간 안에 진행됐다.

호스피스는 임종이 임박한 환자들이 편안하고 인간답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위안과 안락을 베푸는 돌봄을 의미한다. 난치병으로 투병 중인 아동의 소원을 이뤄주는 메이크어위시 한국지부에서는 호스피스 상황에 놓인 아동을 러시위시(Rush Wish) 대상자로 구분한다.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5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홈페이지를 통한 소원 신청, 의사 추천서 및 건강보험증 등 서류 제출, 대상자 의료 심사, 초기 상담, 봉사팀 배정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이후 봉사팀의 활동으로 최대 6개월의 기간을 한정해 아동의 건강 특성상 최대한 빨리 소원을 이뤄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의료진을 통해 호스피스 상황이라고 접수된 아동의 경우 앞의 4단계의 과정에 앞서 24시간 내에 봉사팀이 우선 배정된다.

러시위시 봉사팀이 맡은 아동은 이유나 양이다. 올해 13세로 중학교 재학 중 안면 마비 증상으로 병원에 갔다가 9월 뇌간교종 진단을 받았다. 응급 상황으로 입원 5일 만에 수술을 받은 유나 양은 후유증으로 하지 마비가 찾아와 침대와 휠체어 생활을 시작했다. 병의 진행 속도가 빠른 병의 특성상 언제 운동신경이 끊길지 모르는 상황이라 호흡을 유지하기 위해 기관 절개 상태로 봉사자와 첫 만남을 가졌다. 말로 직접 의사소통을 할 수 없어 종이와 펜으로 대화를 나눴다.

봉사자의 활동이 이뤄지는 동안 유나 양을 돕기 위한 모금 활동도 함께 진행됐다. 온라인을 통해 사연이 공개됐고 9일간 145명의 후원자를 통해 약 800만 원의 기금을 모았다. 사연에 공감한 40명은 온라인을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또 어린이 방송 채널 투니버스에서 방영되고 있는 신비 아파트 제작진은 출연진의 응원 영상을 녹화해 전달했다.

위급한 의료 상황에 놓인 한 명의 아이를 위해 봉사자, 후원자, 의료진 등 200명 넘는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임종이 임박한 환자들이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위안과 안락을 베푸는 돌봄을 의미하는 호스피스. 메이크어위시가 진행하고 있는 러시위시는 삶과 죽음, 그 사이에 놓인 이들의 소원을 이뤄준다. 투병인에게는 삶의 안식을 그리고 가족과 주변에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추억을 전한다.

2018년 3명, 2019년 10명, 2020년 16명 등 매년 러시위시 대상자는 점차 늘고 있다. 메이크어위시는 러시위시 프로그램을 강화할 예정이다. 사례 발굴을 위해 의료진에게 해당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더 많은 후원 기업 및 후원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러시위시 대상자를 위한 후원은 하나은행(365-100410-04004)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봉사 활동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윤희선 기자 sunny03@donga.com
#나눔다시희망으로#기업#산업#복지#메이크어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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