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역량이 부족한가? 기업 벤처캐피털을 활용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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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美 예일대 ‘기업혁신 영향’ 분석

최근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기업 외부에서 수혈하는 개방형 혁신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 벤처캐피털(CVC·Corporate Venture Capital)도 그중 하나로, 기업이 별도의 독립적인 VC를 세우거나 기존 VC에 주요 투자자로 참여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경우 CVC의 스타트업 투자가 전체 VC 투자의 15%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CVC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중요한 자금 원천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CVC 투자가 실제 모기업에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미 예일대 연구진은 이에 미국 기업을 상대로 기업 혁신에 CVC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연구 결과, 기업은 자사의 혁신 역량이 약화될 때 CVC 투자를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당 기술이 기업의 핵심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때, 또 내부에서 관련 신기술 발굴 및 확보에 실패할 때 CVC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기업은 자사에 부족한 기술 분야를 연구하는 스타트업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기업이 특정 스타트업에 투자한 이후, 이 기업의 특허를 바로 인용하는 건수가 늘었는데, 이는 스타트업에서 CVC 모기업으로의 지식 이전이 일어났음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CVC의 스타트업 투자는 CVC 모기업의 기업 가치와 인수합병(M&A) 역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기업의 CVC 투자 기간은 평균 6년 정도로 다소 짧게 나타났다. 일반적인 VC와 달리 CVC는 펀드 존속 기간이 제한돼 있지 않다. 하지만 기업은 특허 출원이나 인용 건수가 상승하는 등 내부 연구개발(R&D) 역량이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하면 CVC 투자를 종료했다. 이는 CVC 활동이 근본적으로 불안정성을 내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이 기술 개발에 매진하면서도 수익을 내는 상충된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기업은 대개 내부 R&D 역량을 보완했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 CVC를 중단하는 경향을 보였다.

최근 국내 기업들도 CVC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위 연구 결과에서 다음의 세 가지 교훈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선 CVC는 기업의 부족한 내부 R&D 역량을 보완하는 데 효과적이다. 따라서 CVC를 통해 보유한 기술의 활용 가치를 높이기보다, 부족한 기술과 지식을 메우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낫다. 둘째, 기업은 스타트업 M&A 역량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CVC를 활용해도 좋다. 마지막으로 경영진은 CVC 투자에 꾸준히 관심과 지원을 보내면서 활동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 그를 통해 CVC는 외부 지식 확보뿐 아니라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sh.kang@cnu.ac.kr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r&d#역량#벤처캐피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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