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기술 진보에 맹신하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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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 목동, 비평가/리하리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박종대 옮김/344쪽·2만 원·열린책들

스마트폰 광고를 보면 꿈의 유토피아는 겨우 손닿을 거리에 있을 것 같다. 손가락 움직임 한두 번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면 쿨한 광고모델들의 얼굴엔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는 매력적 웃음이 번진다.

책은 기술의 환상이란 거대 로봇을 향해 독설의 직격탄을 맹폭한다.

‘기술자들은 이제껏 인간을 제대로 이해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금융 투기꾼들은 인간의 본질이 어떤 것이건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겨야 할까?’

철학자이자 베스트셀러작가, TV 진행자인 그는 신랄하지만 어렵지 않은 문체로 첨단 추구의 허상을 짚는다. 기술 진보에 대한 맹신은 중세 기독교인들의 지상 낙원 도래, 국가 사회주의자들의 유토피아론과 다를 것 없다고 설파한다. 사물인터넷이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덜어준다고 해서 그것이 곧 행복과 직계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기술적으로 편리한 사회에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라는 것. 부제는 ‘디지털 거대 기업에 맞서 인간적 삶을 지키는 법’이다.

책의 제목은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구상한 이상 사회에서 따왔다. 둘은 아침에는 사냥을 하고 저녁에는 가축을 몰고 밤에는 사색과 비평을 하는 것이 가능한 사회를 꿈꿨다.

‘앞으로!’만을 외치는 이들에게 속지 말라는 게 책의 골자다. 인공지능과 달리 생명을 가진 감정적 존재로서 인류에게 아직은 잠시 멈춰 환경을, 생태를, 철학을, 문화를 돌아볼 시간이 남아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실물 경제에서는 금지했지만 디지털 경제에서는 허용한 사업 모델을 끝장내고, 구글 같은 거대기업이 독과점한 불투명하고 이기주의적인 정보 플랫폼의 상당수를 국가 주도의 공공 정보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귀 기울일 만하다.

‘문제의 핵심은 우리가 어떻게 살게 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고 싶으냐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사냥꾼 목동 비평가#리하리트 다비트 프레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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