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산 삭감커녕 더 불린 與野, 퍼주기 경쟁에 나랏빚 1000兆 육박

동아일보 입력 2020-12-03 00:00수정 2020-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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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어제 사상 최대인 558조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6년 만에 여야가 법정 시한인 12월 2일에 맞춰 예산안을 통과시킨 건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가 ‘위기 극복 예산’이라며 잔뜩 키워놓은 예산안에 여야가 정치 득실을 따져 숟가락까지 얹는 바람에 사상 최대의 예산 낭비가 이뤄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내년 예산안은 ‘초(超)’ ‘슈퍼’ ‘울트라’ 등 수식어를 동원해도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큰 규모다. 올해 본예산보다 8.9% 늘어날 뿐 아니라 본예산과 4차례 추경예산을 합한 예산보다 3조 원 이상 많다.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비해서도 2조2000억 원이 증가했는데 국회가 정부안을 깎지 않고 늘린 건 4대강 사업비 편성 문제로 공방을 벌이다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2010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내년엔 112조5000억 원의 재정적자가 나고,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7.3%인 956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나랏빚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상임위별 예산심사에선 증액 요구가 감액 요구의 10배나 될 정도로 지역구 예산 늘리기 경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막바지엔 여당이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는 ‘탄소 중립’ 예산 등을, 국민의힘은 재난지원금을 챙기는 딜까지 이뤄졌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한 상황이기에 2조 원 정도 증액은 크게 문제 될 게 없다”고 하지만 총액 증가 없이 다른 예산을 깎아 재난지원금을 마련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초유의 위기에 재정지출 확대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정치권의 예산 퍼주기 경쟁을 지켜보는 국민의 속은 불편하다. 예산이 커지면 사각(死角)지대와 눈먼 돈도 늘어난다. 자녀 세대가 미래에 낼 세금까지 빚을 내 당겨쓰는 사상 최대 예산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모두가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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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안#나랏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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