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보다 판소리 잘 아는 싱가포르인 “강렬한 한국적인 감정선으로 다가갈 것”

김기윤 기자 입력 2020-11-30 03:00수정 2020-11-30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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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다시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연출 맡은 옹켕센
전쟁서 소외된 여인들 삶 조명
“판소리 외의 것들 최소화해 원색의 강렬함 표현하고 싶어”
내달 3일부터 국립극장서 공연
국립극장 제공
3000년 전 나라를 빼앗긴 트로이 여인들의 울음은 창(唱)과 비슷했을까. 왕, 남편, 아들을 떠나보내고 노예로 팔려갈 상황에 처한 여인들. 소리꾼은 이 비극을 애절한 창으로 그리며 상실의 한(恨)을 자극한다. 그리스 비극과 한국 판소리가 만난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의 절규는 세계가 인정한 울음이 됐다.

2016년 국내 초연 이후 싱가포르 영국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해외투어에서 호평 받은 싱가포르 출신의 연출가 옹켕센(57·사진)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2017년 이후 3년 만에 다음 달 3일부터 10일까지 관객과의 만남을 준비 중이다. 12일에는 주요 곡을 엄선한 콘서트 형태 공연도 연다.

24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만난 그는 “‘뉴클래식(신고전)’을 만들겠다는 의지엔 변함이 없다. 하루빨리 현장에서 호흡을 맞춰 보고 싶었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그는 화상회의로 제작진과 합을 맞춰 보다가 최근에야 자가 격리를 마치고 연습실에 합류했다. “현장에서 울려 퍼지는 연주를 들어야 마음이 놓인다”는 그는 “판소리에는 가사뿐만 아니라 갈라지는 목소리에서도 풍부한 감정이 있다”고 했다.

‘트로이의 여인들’은 에우리피데스의 기원전 5세기 동명 희곡을 창극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전쟁에서 소외된 평범한 여인들의 삶을 조명했다. 배삼식 작가가 극본을 썼고, 소리를 짜는 작창(作唱)을 한 명창 안숙선은 극 중 혼령인 ‘고혼(孤魂)’ 역으로 유태평양과 함께 출연한다. 영화 ‘기생충’의 음악감독 정재일이 작곡했으며 김금미 김지숙 이소연 김준수 등 소리꾼이 주요 배역으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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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유려한 화음으로 엮어낸 건 옹 연출가의 판소리 사랑 덕분이다. 해외 진출을 노리고 제작한 만큼 여러 문화권에 ‘먹히되’ 판소리를 섬세하게 표현한 연출이 주효했다. 그는 매번 “판소리를 잘 모른다”고 하지만 웬만한 한국인보다 한국전통음악에 정통한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3000년간 이어온 이야기에 더해진 판소리 전통을 생각하면 팬데믹은 작은 먼지에 불과할 뿐”이라고 했다. 이어 “방탄소년단으로 대표되는 케이팝과 판소리 모두 강렬한 한국적 감정선이 있다. 원색의 강렬함을 가진 작품을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집에서 벽돌만 남기고 벽지, 장식을 걷어내듯 판소리 외의 것들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옹 연출은 창극을 싱가포르의 음식 ‘로작(rojak)’으로 표현했다. 과일, 채소 등을 섞어 신맛, 새콤달콤함, 쌉싸름함 등 여러 맛을 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판소리로 서양의 오페라나 뮤지컬로 만든 게 창극이죠. 100년간의 실험을 거쳐 ‘로작’ 같은 매력을 갖게 된 창극을 사랑합니다.”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만∼5만 원, 8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옹켕센#판소리#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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