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만 넘쳤던 ‘주먹 전설’들의 빅매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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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세 핵주먹 타이슨, 51세 존스와 무승부
45kg 감량하며 15년만에 링 복귀
초반 빠른 몸놀림-펀치 보였지만
강력한 펀치 교환 없이 싱겁게 끝나
두 선수 16분 뛰고 110억-33억 챙겨

15년 만에 링에 복귀한 마이크 타이슨(왼쪽)이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로이 존스 주니어와 경기에서 주먹을 날리고 있다. 두 선수의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15년 만에 링에 복귀한 마이크 타이슨(왼쪽)이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로이 존스 주니어와 경기에서 주먹을 날리고 있다. 두 선수의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여자 복싱이 1라운드 2분 경기인데….”(마이크 타이슨)

“3분 경기여야 상대가 더 지치고 기회가 많이 오지 않을까….”(로이 존스 주니어)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 헤비급 경기를 앞두고 둘은 입을 맞춘 듯 경기 방식이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은퇴한 지 15년 만에 복귀하는 54세의 ‘핵주먹’ 타이슨과 2년 만에 돌아오는 51세의 ‘테크니션’ 존스의 대결은 ‘최전방 전투(Frontline Battle)’로 명명됐다. 두 선수 모두 “목숨을 걸었다”고 공언할 만큼 치열한 경기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타이슨은 20세의 나이로 세계 최연소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고, 1988년 서울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존스는 프로무대에서 미들급에서부터 헤비급까지 4체급을 석권했던 선수였기에 팬들의 기대도 컸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체육위원회는 50대의 두 선수를 위해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10온스 글러브보다 파괴력이 덜한 12온스 글러브를 사용하게 하고 통상 1라운드당 3분으로 진행되는 경기 시간을 1라운드 2분으로 줄였다. 경기는 8라운드로 진행됐다. KO는 없고 피가 흐를 경우 즉시 경기를 중단시키기로 했다.

타이슨은 하루 2시간씩 달리기와 다이어트로 45kg을 감량한 99.8kg으로 계체량을 통과하며 이 경기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그가 이 몸무게를 기록한 건 18세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존스는 95.3kg으로 계체량을 통과했다.

1라운드 공이 울리자마자 두 선수는 뛰쳐나와 주먹을 교환했다. 타이슨의 빠른 펀치 스피드와 상체 놀림은 50대라고 믿기에는 놀랄 만큼 빨랐다. 하지만 초반까지였다. 존스는 특유의 잽 위주 아웃복싱을 펼쳤고 적극적인 껴안기로 타이슨을 봉쇄했다. 몇 번 안면과 복부에 주먹이 오가긴 했지만 두 선수는 치명적인 펀치 교환 없이 경기를 끝냈고 결국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선수 이름을 길게 끌며 소개했던 왕년의 유명 링아나운서 마이클 버퍼(76)가 다시 나서고 국내 중계에서는 송재익 아나운서(78)와 전 복싱 챔피언 홍수환 씨(70)가 해설을 맡아 올드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경기 시간은 16분에 불과했지만 타이슨은 1000만 달러(약 110억 원), 존스는 300만 달러(약 33억 원)의 대전료를 받는다. 타이슨과 존스는 각각 불우 복싱선수를 위한 기금과 유방암 퇴치 기금 등으로 일부 액수를 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슨과 존스는 경기 후 “다시 싸우고 싶다”며 재대결 가능성을 암시했다.

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여자 복싱#의욕#주먹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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