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조사로 한술 더 뜬 與, 秋 직권남용까지 다 조사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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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사상 초유의 징계청구와 함께 직무정지명령을 내리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당이 검토해달라”고 밝혔다. 추 장관이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은 혐의들을 제시하며 징계청구에 나선 것에 그치지 않고 이번 사태를 정치판으로 끌어들여서까지 윤 총장 사퇴 압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대전지검이 월성1호기 수사에 착수한 것을 계기로 여권의 윤 총장 찍어내기 공세가 비등점을 넘은 형국이다.

민주당이 문제 삼고 있는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의 판사 사찰 주장은 진상이 더 밝혀져야 하겠지만, 이른바 ‘주요 사건 재판부 문건’의 작성자인 당시 수사정보2담당관은 “법조인대관과 언론 보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파악한 것이며 일부는 공판 담당검사들에게 해당 재판부가 과거에 어떤 재판을 했는지 알아본 정도”라고 해명했다. 법무부조차 이 문건 작성자를 조사하지 않은 상황이다. 진상도 파악되기 전에 여권이 ‘사찰’ 프레임으로 낙인찍기 효과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부동산정책 실패 등으로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는 마당에 몇 달째 이어지고 있는 추 장관의 상식을 벗어난 행태는 사회 전체에 소모적인 피로와 갈등을 강요하고 있다. 이를 나무라고 갈등을 수렴해줘야 할 집권당 대표가 오히려 국정조사까지 하자는 것은 정쟁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여 편 가르기에 나서겠다는 무책임한 발상이다. 정 의혹이 심각하다 여겨지면 추가 감찰이나 수사를 촉구하면 될 일 아닌가. 특정 공직자 한 명을 겨냥해 국회가 국정조사에 나서는 것 자체가 황당하고 전례도 없다.

그럼에도 굳이 국정조사를 하겠다면 윤 총장에 대해 추 장관이 제기한 혐의 주장의 진위는 물론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과 감찰징계권을 남용해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침해한 사안도 다 함께 다뤄야 한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만큼 국민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추 장관과 윤 총장은 물론 사건 관계자들을 모조리 불러 증언대에 세워야 할 것이다. 법무부의 요식적인 징계절차도 일단 중단하고, 공정하게 진실을 가려내 그 결과에 따라 추 장관이든 윤 총장이든 응분의 책임을 묻는 것이 정정당당한 일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직권남용#국정조사#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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