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車 노조의 ‘소집단 이기주의’[현장에서/김도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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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빗속에서 파업 중단을 호소하며 출근길 시위에 나선 한국GM 협력업체 임직원들의 모습. 동아일보DB
19일 오전 빗속에서 파업 중단을 호소하며 출근길 시위에 나선 한국GM 협력업체 임직원들의 모습. 동아일보DB
김도형 산업1부 기자
김도형 산업1부 기자
“직원의 임금과 복지가 회사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인 아픔을 겪고 있다. 임금을 많이 받든 적게 받든 최소한 일자리는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달 10일 울산시청에서는 ‘제2차 울산 자동차 산업 노사정 미래 포럼’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자동차 산업 대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울산의 자동차 기업 노사와 지방자치단체가 머리를 맞댄 자리다.

여기서 ‘협력업체 일자리’를 언급한 사람은 이상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노조위원장)이었다. 마이크를 잡은 그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을 동결한 현대차 노조가 조합원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 협력업체 직원들의 일자리만큼은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는 완성차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 사이의 처우 격차가 극심하다. 산별노조 체제의 독일에서는 폭스바겐에 직접 고용돼 조립공장에서 일하든 그 협력업체에서 일하든 처우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과 다르다. 이 위원장은 대기업의 임금 투쟁이 자칫 파업으로 이어지면 결국 영세 협력사에 타격이 갈까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나간 행사에서 들은 말을 지금 다시 꺼내는 것은 한국GM과 기아자동차 때문이다. 지난달 부분파업에 돌입한 한국GM에 이어 기아차도 임금 인상과 일자리 확보를 주장하며 24일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간다. 합법적인 파업이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 자동차 생산이 전년 대비 10%가량 급감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외부감사 대상 자동차 부품업체 100곳을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 총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2.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영업이익률은 3.74%에서 1.46%로 급감했고 고용을 줄인 곳도 73곳에 이른다.

그나마 규모가 큰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사정이 이러니 영세한 협력업체들의 형편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19일 오전 인천 한국GM 부평공장 정문 앞에서는 한국GM 협력업체 임직원들이 겨울비를 맞으며 “살려 달라”는 시위에 나섰다. 정상적인 조업을 계속해서 일감이 끊어지지 않게만 해달라는 호소였다. 하지만 한국GM 노조의 응답은 파업 연장이었다. ‘소집단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협력업체 없이 완성차 기업 홀로 설 수는 없는 것이 자동차 산업이다. 이기주의라는 외부의 비판이 억울하다면 다음 이야기라도 귀담아들어 보면 어떨까 싶다.

현대차 노조는 협력업체의 부품 공급 중단으로 완성차 공장을 수시로 세워야 했던 코로나19 사태의 교훈을 이렇게 요약했다.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완성차 기업도 협력업체 때문에 발목 잡히고 넘어질 수 있다.”

김도형 산업1부 기자 dodo@donga.com
#노조#소집단 이기주의#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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