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문학이 하위문화? 편견 깰 수 있어 다행”

박선희 기자 입력 2020-11-20 03:00수정 2020-11-2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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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작가로 활동 나기라 유
‘유랑의 달’로 日서점대상 수상
“글 쓰는 자세에는 변함 없다”
나기라 유
올해 일본서점대상 수상작 ‘유랑의 달’(은행나무·사진)을 쓴 소설가 나기라 유는 2007년 데뷔 이후부터 장르소설, 특히 남성 간 연애물인 BL(Boys Love)소설을 꾸준히 선보여 온 작가였다. 인터넷 하위문화로 간주되는 웹소설의 특정 장르에서 활동하다 주류 문단의 주목을 받는 건 일본에서도 이례적이다. 서점 직원들이 선정하는 일본서점대상은 문학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작품이 주로 선정되기에 그의 수상은 큰 화제가 됐다.

장르문학을 주로 써온 작가의 작품답게 이 작품은 윤리와 통념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두 인물의 관계를 속도감과 흡인력 있게 풀어간다. 일본에서는 출간 1년 만에 37만 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나기라 씨는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제까지 써온 BL 장르에서는 주인공은 남성, 테마는 연애, 결말은 해피엔딩이란 장르 특유의 규칙이 있었다”며 “그런 제약이 사라졌기 때문에 이 작품은 아주 자유롭게, 마음 가는 대로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제41회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신인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장르물을 벗어난 본격적 문예소설로 활동 반경을 넓힌 셈이다. 하지만 그는 “소설을 쓸 때의 자세는 변함이 없다”며 “차이가 있다면 내가 아니라 장르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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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도 장르문학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지만 좋은 작품을 쓴다면 지금까지의 커리어와는 관계없이 대체로 올바르게 평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올해 서점대상을 수상하지 못했겠죠.”

소설은 어린 시절 방임과 학대 사이에서 의지할 곳 없던 어린 소녀 사라사와 그를 보호해준 청년 후미의 특별한 연대를 주된 스토리로 한다. 인물들이 각자 지닌 깊은 상처와 내면의 동기가 얽혀 이야기가 풍부하다. 작가는 “나 자신이 그래서인지, 나와 마찬가지로 아무리 노력해도 해소하기 어려운 괴로움을 안고 있는 분들이 공감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소재 발굴을 위해 “가능한 한 시대감각에 민감해지려고 노력한다. 외면보다 내면을 주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소설 속 주요 인물들은 결핍과 상처 속에서 분투하는 10대, 20대다. 올해 일본서점대상 번역소설상을 받은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도 상처를 가진, 어른이 되지 못할 것 같은 아이가 주인공이다. 이런 이야기가 일본에서 널리 읽히는 이유는 뭘까. 작가의 답은 이랬다.

“다들 이유를 모른 채 왠지 숨 막혀 하면서, 어쩐지 어른이 되지 못합니다. 그런 ‘정체 없는 압력’에 짓눌리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갑니다. 불안한 여정을 비춰주는 무언가를 이야기에서 바라는 것은 아닐까요.”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웹소설#작가#유랑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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