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물질이 만나는 곳에 ‘미래 신소재’ 답 있다

부산=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0-11-20 03:00수정 2020-11-2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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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면’ 연구하는 미래소재연구단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양극재 등
출범 7년만에 56억원대 기술이전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기반 미래소재연구단 김광호 단장(부산대 재료공학부 교수)은 서로 다른 물질이 닿는 ‘인터페이스(경계면)’를 연구하며 새로운 기능을 가진 소재를 찾아내고 있다. 남윤중 작가 제공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두 소재를 맞붙이면 표면에서는 이전엔 발견할 수 없던 새롭고 놀라운 기능과 현상이 나타납니다.”

정부가 세계 수준의 성과를 내기 위해 설립한 10개 글로벌프런티어사업단 중 하나인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기반 미래소재연구단의 김광호 단장(부산대 재료공학부 교수)은 서로 다른 물질이 닿는 ‘인터페이스(경계면)’를 연구하는 학자다. 두 물질을 붙일 때 생기는 경계면에서는 기존 두 물질을 이루는 결합구조나 조성과는 다른 새 물질이 생겨난다. 두 물질의 경계면은 새로운 소재가 생성되는 보고(寶庫)인 셈이다. 김 단장은 “두 물질의 경계면을 조절하면 기존 소재에서 잡을 수 없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단이 20억 원의 기술이전료를 받고 LG화학에 이전해 전기자동차에 활용하고 있는 배터리 양극소재도 경계면 연구에서 나왔다. 여러 겹으로 쌓인 배터리 양극소재에서 소재의 겹과 겹 사이 표면을 정밀하게 설계해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에서 사용하는 배터리보다 성능을 30% 올리면서도 10년을 사용해도 초기 용량의 84%를 유지하는 양극소재다.

김 단장은 “경계면에서의 에너지를 조절해 기존보다 강도는 10%, 연성은 250% 끌어올린 알루미늄 합금도 개발해 중소기업에 이전했다”며 “경계면에서 우수한 성능을 찾아내 특허를 내고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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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출범한 연구단은 올해 냉매로 쓸 수 있는 ‘금속 유기 골격체(MOF)’를 5억 원에 이전하는 등 지금까지 총 56억 원의 기술이전 성과를 냈다. 김 단장은 지난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문제가 터졌을 때는 다른 소재 연구자들처럼 심리적 중압감을 느꼈다고 했다. 김 단장은 “미래 소재를 선점해야 앞으로 제2의 소재·부품·장비 문제가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단은 올해 정부로부터 기술사업비 7억 원을 추가 지원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연구실에서 탄생한 기술이 시장으로 연계되는 ‘랩투마켓’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김 단장은 산학연 연결에 집중하는 소재 강국들의 전략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 단장은 “독일과 일본은 산학연이 가치 배분을 합리적으로 하며 유기적으로 연결돼있다”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 도요타와 나고야대를 들었다. 노벨상 수상자 6명을 배출한 나고야대는 인근에 본사를 둔 도요타의 집중 투자를 받고 있다. 2014년 일본에서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개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연구단을 30년간 뒷받침한 회사도 바로 도요타다. 결국 도요타의 부품회사 도요타고세이는 LED 제품 개발의 선두주자가 됐고 나고야대도 특허 비용으로 150억 원이 넘는 보상을 받았다.

한국은 아직 산학연 협력이 원활하지 못한 편에 속한다. 하이브리드 소재에 비유하면 산학연 제도도 잘 갖춰져 있고 제각각 기능이 뛰어나지만 산학연 경계면에서는 뛰어난 성질이나 기능이 발견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김 단장은 “경계를 허무는 연구들이 빛을 발하려면 결과에 대한 배분이 명확하게 이뤄지는 제도나 규정,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미래#신소재#경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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