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軍 특수부대 아프간 파견중에 ‘살인교육’ 명목 민간인 등 39명 살해

김예윤 기자 입력 2020-11-20 03:00수정 2020-11-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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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4년간 조사 끝에 밝혀내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던 호주군 특수부대에서 10여 년 동안 신참 부대원에게 신고식 등의 명목으로 아프가니스탄 민간인과 죄수들을 살해하도록 한 뒤 이를 고의로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현지 시간) 앵거스 캠벨 호주 국방 참모총장(합참의장 격)은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간에 파견됐던 호주 전현직 특수부대원 25명이 2005년부터 2016년까지 23차례에 걸쳐 39명의 민간인과 죄수들을 불법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캠벨 총장은 민간인 살해가 일종의 신참 신고식인 ‘블러딩(blooding)’ 차원에서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원래 초보 사냥꾼이 얼굴에 사살한 여우의 피를 바르는 의식을 가리키는 말로, 호주 특수부대에선 부대원의 첫 사살을 위해 아프간 민간인 등을 희생자로 삼았다는 것이다.

보고서엔 정찰조장 보직을 맡은 일부 선임들이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르라’고 하면 후임들이 죄수들을 쏘아 죽이도록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보고서는 “(사람을 직접 사살하는 부대의)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는 것, 그리고 선임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왜곡된 문화가 부대 내에 만연했다”고 지적했다.

살해된 39명 중에는 죄수는 물론 농부나 청소년 같은 민간인도 있었다. 호주 특수부대원들은 14세짜리 소년 두 명을 “탈레반일지도 모른다”고 죽인 후 시신을 포대에 넣어 근처 강에 던지기도 했다. 한 부대원은 조사 과정에서 “대원들이 피에 미쳤다. 완전히 사이코들이다”고 진술했다. 한 미 해병은 “함께 근무하던 호주군이 헬기에 공간이 충분치 않다면서 (아프간) 민간인 1명을 쐈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영국 가디언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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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은 대부분 교전 중에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군인이 비무장 민간인을 비전투 상황에서 살해하는 것은 국제법상 전쟁범죄다. 심지어 부대원들은 민간인 시신들 사이에 외국산 무기나 휴대용 라디오 등을 놔둬 마치 교전 중 전사한 것처럼 사건을 은폐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군 고위간부들은 이런 일탈행위들을 묵인해왔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호주 방위군(ADF)은 2016년부터 4년간 감찰실에서 2만여 개 서류와 사진 2만5000장, 목격자 423명 인터뷰 등을 통해 이런 문제점들을 밝혀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 호주당국은 피해자 및 유가족에게 배상하고, 사살 등에 참여한 부대원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호주#특수부대#살인교육#민간인#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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