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과 첫 통화서 ‘중국 견제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 메시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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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든 시대]바이든 “한미동맹이 印-太 핵심축”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미 대선 후 첫 통화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이 자신의 자서전에 쓸 정도로 좋아하는 아일랜드 시인 셰이머스 히니의 시 구절을 인용해 당선 축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미 대선 후 첫 통화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이 자신의 자서전에 쓸 정도로 좋아하는 아일랜드 시인 셰이머스 히니의 시 구절을 인용해 당선 축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청와대 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축(linchpin·린치핀)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바이든 당선인이 동맹국을 중심으로 한 중국 견제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이 같은 날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국가인 호주 일본 정상에 이어 문 대통령과 통화를 한 것을 두고 새 행정부에서도 이어질 중국 견제에 한국이 참여해 달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한국은 인도태평양의 린치핀”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문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의 핵심축(린치핀)”이라고 강조했다. 린치핀은 바퀴가 축에서 빠지지 않도록 고정하는 핵심 부품이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0년 6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한미동맹이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태평양 전체에 대한 안보의 핵심축”이라고 말한 뒤 한미동맹을 ‘린치핀’이라고 표현해왔다.

바이든 당선인이 한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린치핀’이라고 강조한 것은 대중 강공 노선을 계속하겠다는 메시지다. 인도태평양 구상은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 견제 기조인 ‘아시아태평양’ 구상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전략.

ABT(Anything But Trump)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트럼프가 추진했던 대부분의 정책을 뒤집겠다고 예고한 바이든이 인도태평양 구상만큼은 큰 이견 없이 자신의 스타일대로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축으로 한국이 동참해 달라는 뜻을 이날 통화에서 내비친 것. 이어 바이든 인수위원회는 “바이든 당선인은 문 대통령과 한미동맹을 떠받치는 공유된 가치들과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데 대한 공통의 관심을 놓고 논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 측이 중국을 겨냥해 ‘민주주의적 가치 확장’을 내건 가운데 한국 역시 ‘가치동맹’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이날 통화한 호주와 일본은 인도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압박을 위해 추진해온 안보협력체인 ‘쿼드(Quad)’에 참가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인도태평양 지역 안전과 번영의 주춧돌(cornerstone)로서 미일동맹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고 당선인 인수위원회는 밝혔다.

바이든의 인도태평양 구상이 미중 갈등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의 역할론을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뒤늦게 해명 자료를 내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바이든 당선인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전혀 중국과 관련해 발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북한부터 기후변화까지 긴밀히 협력하자”

이와 함께 바이든 당선인은 북핵 문제에 대해선 “북한부터 기후변화까지 공통된 과제에 대해 문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트위터에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향한 당선인의 굳은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 협력의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바이든 당선인의 자서전에 적힌 아일랜드 시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셰이머스 히니의 ‘트로이의 해법’에 나오는 시 구절을 인용하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아일랜드 이민자의 후손인 바이든 당선인은 앞서 대선 후보 지명 수락 당시에도 ‘역사는 말한다’라는 문구로 시작해 ‘그렇게 바라던 정의라는 밀물의 파도가 솟구치고 희망과 역사는 함께 노래할 것’이라는 구절로 끝맺는 이 구절을 인용했다. 문 대통령은 또 바이든 당선인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넥타이를 20년간 간직하고 있다는 일화를 언급하며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당선인이 상원의원 시절 노력한 점을 우리 국민이 잘 알고 있다”는 취지로 덕담을 건넸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박효목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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