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방-세탁실까지 맞춤 설계… 신혼부부-청년에 필요한 건 다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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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혁신, 공간복지] <4> SH공사 맞춤형 임대주택 ‘청신호’

서울 성북구 정릉하늘마루 단지 안에 조성된 커뮤니티시설. 공동육아방에는 트램펄린, 볼풀 등 키즈카페에서 볼 법한 구조물이 
설치돼 있어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성북구 정릉하늘마루 단지 안에 조성된 커뮤니티시설. 공동육아방에는 트램펄린, 볼풀 등 키즈카페에서 볼 법한 구조물이 설치돼 있어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신축이라 환경이 기본적으로 쾌적한 데다 필요한 건 대부분 기본옵션으로 들어가 있어서 몸만 들어갔다고 해도 무방하죠. 경비실에 상주하시는 분도 계셔서 마음도 놓여요.”

3년 차 직장인 이미연(가명·25·여) 씨는 올 9월 정릉하늘마루에 입주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고향 충남 당진을 떠나 서울살이를 시작한 지 6년 만이다. 그동안 성북구 성북동, 월곡동 등에서 보증금 1000만∼2000만 원, 월세 40만∼50만 원을 내며 33m² 정도 되는 원룸에서 살았다. 대개 좁은 골목에 위치한 탓에 치안 걱정이 컸고, 입사하기 전에는 월세와 공과금 등 주거비용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정릉하늘마루에 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이런 걱정이 사라졌다. 현재 그는 보증금 5200여만 원, 월세 7만 원에 살고 있다. 우선 주거비용을 줄여 저축을 늘렸다. 책상, 의자, 에어컨, 냉장고, 가스레인지 등도 이미 설비돼 있어 추가로 옷장과 세탁기만 구입했다. 면적은 22m²로 이전에 살던 곳보다 좁아졌지만 베란다가 있고 수납공간이 잘 마련돼 있어서 정리가 쉽고 공간을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다.

코인세탁실에서는 세탁기와 건조기, 운동화세탁기를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 가능하다(위 사진). 입주민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주민카페도 자리 잡고 있다(아래 사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코인세탁실에서는 세탁기와 건조기, 운동화세탁기를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 가능하다(위 사진). 입주민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주민카페도 자리 잡고 있다(아래 사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 씨가 거주하고 있는 정릉하늘마루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성북구 정릉동 894-22번지 일대에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 3개 동으로 조성한 첫 ‘청신호(靑新戶)’ 주택이다. 청신호란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브랜드로, 취지에 걸맞게 청년과 신혼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공간을 구성해 제공한다.

원래 정릉하늘마루 자리에는 정릉스카이아파트가 있었다. 1969년 지어진 이 아파트는 2008년 안전진단에서 D∼E등급 판정을 받아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됐지만 자연경관지구 등의 규제로 사업성이 낮아 자력개발을 할 수 없었다. 이를 SH공사가 매입해 청신호주택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현재 정릉하늘마루는 가구별로 청년 108채, 신혼부부 25채, 고령자·수급자 33채 등 166채를 공급하고 있다. 보증금은 유형별로 다르지만 2820만∼6240만 원, 월 임대료는 11만∼24만5000원이다. 보증금을 최대치로 전환할 경우 임대료는 더 저렴해진다.

각 가구에는 특성에 맞는 가전과 가구도 마련돼 있다. 19∼26m² 규모의 1인 가구가 거주하는 청년가구에는 이 씨의 방과 동일한 설비가, 36m² 규모로 방 1개와 거실로 구성된 신혼부부 가구에는 에어컨, 가스레인지, 붙박이장 등이 마련돼 있다. 아이가 있을 경우 아이의 안전을 대비해 화장실 문에는 손끼임방지 장치도 설치됐다.

고령자 가구(26m²)는 안전과 동선을 고려했다. 에어컨, 책상, 의자가 설치돼 있는 것은 물론이고 높낮이 조절 세면대, 비상버튼 등이 마련돼 위기상황 시 구조를 요청할 수 있다. 휠체어 이용을 고려해 문턱을 낮췄고, 현관 앞 간이의자와 욕실 미닫이문, 복도에는 안전손잡이도 설치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커뮤니티 시설’이다. 정릉하늘마루 단지 내 73m²로 조성된 공동육아방에는 트램펄린, 볼풀 등 키즈카페에 준하는 시설물이 마련돼 있다. 아이들이 노는 동안 보호자들이 교유할 수 있도록 6인용 테이블과 싱크대가 달린 방도 있다. 공동육아방 한쪽에는 아기 기저귀를 교체할 수 있는 작은 공간도 있다.

올 5월 결혼해 신혼생활을 이곳에서 시작한 김민호(가명·33) 씨는 “보통 아이를 낳으면 육아에 좀 더 적합한 환경을 찾아 이사를 가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엔 공동육아방도 있고 시설이 깨끗하니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살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단지 안에는 ‘계절창고’도 있다. 선풍기, 난로 등 계절에 따라선 쓰지 않는 물건을 이곳에 보관해 일상 공간을 좀 더 넓게 활용할 수 있다. 창고에는 잠금장치가 있는 개별 케이지가 있어 가구별로 물건이 섞이지 않도록 보관 가능하다. 코인세탁실은 일반 코인세탁방처럼 세탁기, 건조기, 운동화세탁기를 갖췄는데 이용가격은 시중 가격의 3분의 1 수준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청년 1인 가구가 평소 코인세탁실을 많이 이용한다는 점을 반영해 정릉하늘마루에도 조성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주차장과 무인택배함은 물론 경로당(108.74m²) 어린이놀이터·운동시설(139.96m²) 주민카페(96.58m²) 다목적홀(102.64m²) 등 주민들이 일상을 누리거나 크고 작은 행사를 열며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공간들을 갖췄다.

SH공사는 앞으로 17호(총 7500여 채)까지 청신호 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6호 청신호부터는 정릉하늘마루 개별 가구에 적용하지 못한 청신호 특화평면도 적용한다. 청신호 특화평면이란 커뮤니티 시설과 함께 20∼59m² 개별 가구에 △가변형 벽면 △1평의 여가공간 더 제공 △건·습식 욕실 분리 △빌트인 가구 △내 집 앞 택배공간 △수납공간 특화설계 등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SH공사 관계자는 “청신호 특화평면은 정릉하늘마루 골조공사가 한창 진행될 때 개발돼 이곳에는 완전히 적용할 수 없었다”며 “특화평면이 개별 가구에도 적용되는 6호 청신호부터는 청년과 신혼부부 맞춤형 공간이 좀 더 잘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청신호 주택#정릉하늘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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