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식 세대에 낯부끄러운 110조 원 ‘현금 예산’ 잔치

동아일보 입력 2020-11-12 00:00수정 2020-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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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국회 예산정책처가 분석해 보니 총 555조8000억 원의 예산 규모 가운데 현금 또는 현금이나 마찬가지인 현물·서비스를 직접 주는 수수 현금급여 사업예산이 110조8933억 원에 달했다. 작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올해 예산과 비교해서도 9.9%나 늘어난 것이다. 국민취업지원제도와 관련된 현금성 지급 예산은 올해 2802억 원에서 내년에는 8367억 원으로 3배 가까이로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저소득, 고령층을 포함한 취약계층의 생계가 어려워졌고 내년에도 그 여파가 미칠 것을 감안한다면 이들에 대한 지원 폭을 넓히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이름의 예산이 갑자기 늘다 보니 중복 지급, 부정 사례가 끊이지 않고 마치 정부가 주는 공돈을 타먹지 못하면 손해라는 인식마저 널리 퍼져 있는 형편이다. 예산정책처도 현금성 지출 급증과 관련해 재정지출의 정책 목표와 성과의 연관관계가 모호할 수 있다면서 민간의 자생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자원 배분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금성 복지예산은 사업성 예산과 달리 일단 신설하거나 혜택 수준을 높이면 사정이 변하더라도 관련 예산을 없애거나 줄이기가 극히 어렵다. 더욱이 9월 말 현재 지방정부와 공기업을 제외한 중앙정부의 국가채무만도 이미 800조2000억 원으로 사상 최초로 800조 원을 돌파했다.

현금 지원 가운데 64%인 71조 원가량이 연금 급여와 구직 급여 등인데 현 세대가 다음 세대의 돈을 끌어다 연금도 받고, 구직수당도 받는 것이다. 현재 세대의 현금 잔치를 위해 정치적 발언권이 미약한 자식 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것이라면 몰염치하고 낯부끄러운 짓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양심 있는 정치인이라면 현금성 지출을 대폭 삭감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 부문으로 돌려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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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정책처#현금성 복지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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