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해서 행복해’ 괴짜 블루스맨, 이번엔 날것의 힙합 랩과 손잡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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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항석, 래퍼 딥플로우와 2집 앨범 작업
“동시대 사는 30, 40, 50대에 드리는 노래”

26일 서울 용산구 코리아블루스씨어터에서 만난 기타리스트 최항석(왼쪽)과 래퍼 딥플로우. 만만찮은 거구들. 둘의 키를 합치면 370cm, 몸무게는 230kg이 넘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6일 서울 용산구 코리아블루스씨어터에서 만난 기타리스트 최항석(왼쪽)과 래퍼 딥플로우. 만만찮은 거구들. 둘의 키를 합치면 370cm, 몸무게는 230kg이 넘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삼시세끼 그냥 채소만 먹고 살 바에는/난 그냥 뚱뚱하고 고기 많이 먹을래요…난 뚱뚱해 그래서 행복해.’

이런 가사를 지닌 이색 코믹송 ‘난 뚱뚱해’로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최항석과 부기몬스터(최항석 이효주 김범식 황태진 윤다빈)가 27일 2집 ‘블루스브라더빅쇼’를 내고 돌아왔다. 타이틀곡 중 하나인 ‘한국대중음악상’에는 래퍼 딥플로우(본명 류상구·36)도 참여했다. 각각 한국 힙합과 블루스의 대표주자인 두 사람은 반 년 사이에 보기 좋은 음악 품앗이를 완성했다. 앞서 4월 최항석이 딥플로우 4집 ‘FOUNDER’의 타이틀곡 ‘500’에 노래로 참여한 것.

“힙합에서 ‘저런 게 진짜’라고 하는 날것의 즉흥성, 말도 랩도 아니며 멜로디나 리듬에 구애받지 않는 항석이 형의 음악과 녹음방식에 충격을 받았죠. 녹음실에서 즉흥 랩을 쏟아내는 제이지 같다고 할까요.”(딥플로우)

“딥플로우의 음색은 블루스로 치면 존 리 후커나 머디 워터스처럼 묵직해요. 밴드 편성으로 솔(soul)에 기반해 힙합을 건축한 딥플로우의 ‘FOUNDER’를 들으며 음악을 막(즉흥적으로) 하는 자신을 반성했어요.”(최항석)

둘이 처음 만난 건 작년 가을이다. 음색 죽이는 남성 블루스 보컬을 찾던 딥플로우가 유튜브에서 ‘난 뚱뚱해’ 영상을 본 뒤 감동해 무턱대고 최항석에게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낸 게 시작. 빡빡머리에 산만한 덩치의 상대를 처음 보곤 “일단 이 사람은 내 과”라 각자 생각했다고.

‘한국대중음악상’도 ‘난 뚱뚱해’ 못잖게 특이한 노래다. 머디 워터스의 ‘Hoochie Coochie Man’처럼 성깔 있는 반복악절을 배경으로 최항석이 “한국의 그래미상, 아무도 모르는 상… 그래도 받고 싶은 상”이라 포문을 열면 딥플로우가 “이젠 내 방 스피카 받침”이라고 맞받는다. 또 다른 참여자 박근홍(밴드 ‘ABTB’ 보컬)은 “여기에서는 한국대중없는상…”이라고, 각각의 관점에서 상에 관해 노래한다. 최항석은 ‘난 뚱뚱해’로 최우수 록 노래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 실패했고, 딥플로우와 박근홍은 각각 두 개와 세 개의 트로피를 받은 바 있다.

“말 그대로 너무 받고 싶은 상이지만 받는대도 수익이나 대중성과는 상관이 없잖아요. 복합적인 감정을 담았어요. ‘디스’는 아닙니다. 허허.”(최항석)

엄인호, 김목경, 최우준, 이중산 등 무려 36명의 음악가가 참여해 돌아가며 연주의 화염을 뿜는 ‘블루스브라더빅쇼’가 9개의 앨범 수록 곡 중 단연 튄다. ‘낀 세대’ 직장인의 비애를 코믹하게 담은 ‘최과장 블루스’는 ‘난 뚱뚱해’를 잇는 이색적 위로 노래. 오르간과 기타가 살랑대는 블루스 커튼을 배경으로 최항석 특유의 내레이션이 말을 건다.

‘나랑 같은 세대를 살고 있는 우리 30대, 그리고 40대, 50대 형제자매분들에게 드리는 노랩니다.’

최항석과 부기몬스터의 울고 웃는 블루스는 12월 17일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소극장’ 공연에서 볼 수 있다. 딥플로우도 출연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최항석#래퍼 딥플로우#블루스브라더빅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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