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등 ‘학문의 뿌리’ 세우기 40년, 고전-기초학문 계속해서 지원할 것”

최고야 기자 입력 2020-10-28 03:00수정 2020-10-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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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억 대우재단 학술사업운영委 위원장
김광억 대우재단 학술사업운영위원회 이사장은 “지원사업에 선발된 학자가 연구를 끝내는 데 10년이 걸리더라도 연구 결과를 출판할 수 있도록 끝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우보천리(牛步千里). 서두르지 않고 우직한 걸음을 차근차근 내디뎌 온 대우재단의 학술사업이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주목도 높은 응용학문 대신에 당장 빛을 보지 못하더라도 기초학문에 꾸준히 지원해 국내 학계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자는 게 40년간 지켜온 운영 철학이었다. 서울 용산구 대우재단 사무실에서 23일 만난 김광억 대우재단 학술사업운영위원회 위원장(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73)은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려면 먼저 뿌리와 줄기가 튼튼해야 한다. 학문의 뿌리를 세워 간다는 자부심이 40년을 이끌었다”고 했다.

대우재단의 학술사업은 1980년 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200억 원을 출연하면서 시작됐다. 국가 차원에서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 기초과학, 인문학 등 순수학문에 지원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었다. 현재까지 1547건의 연구 지원이 이뤄졌고, 연구 저서는 784권이 출간됐다. 40년간 학술사업에 들어간 투자비용은 445억 원에 이른다.

2018년 취임한 김 위원장은 1981년부터 자문을 맡으며 재단과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그는 “기초학문 분야에 특히 주목한 것은 국내 학계가 ‘지식 식민지’ ‘지식 수입상’으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석학의 연구 결과를 수입해 들여오기만 하는 풍토에서 벗어나려면 지식 생산 기반인 기초학문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 학계에선 왜 노벨상 수상자가 안 나오느냐는 비판이 많은데, 학문적 자생력이 튼튼한 나라여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대우재단이 펴낸 고전 학술총서를 보면 재단이 추구하는 운영 철학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철학, 윤리학, 교육학 등 다양한 분야의 동서양 고전을 현대적 관점에서 번역한 시리즈다. 김 위원장은 “서양에서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기반으로 현대철학이 계속 발전해 가는데, 우리 학계는 과거를 잊고 앞만 보며 달려간다”며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이 국내에 100명도 안 될지라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고전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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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에서는 모든 연구 결과를 책으로 낼 수 있도록 출판비용까지 지원한다. 수요가 적어 빛을 보기 어려운 학술서 특성상 출판사에 손해를 보전해 주고서라도 연구 결과를 세상에 내놓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대우그룹 해체 후에는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있어 지원 대상이 축소돼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출간을 위해 학문적 관점에서 연구 진행에 문제는 없는지, 결과물이 나오면 더 보강할 것은 없는지 중간, 마무리 평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올해 발간한 학술서 15권 중 8권이 정부에서 선정하는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16권 중 9권이 선정됐다.

대우재단은 4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으로 ‘인간·새로운 지평: 융합적 성찰, 의제와 전망’을 30일 진행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변화하는 학문 생태계에서 융합학문의 차원으로 기초학문 연구를 확장시켜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행사다. 김 위원장은 “과학기술 사회에서 인간의 소외현상이 심화되는데, 이럴 때일수록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인간과 자연, 사물에 대한 융합적 연구를 위해 동양적 세계관이나 동서양 철학 융합연구에도 앞으로 많은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학술#뿌리#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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