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집살때 자금조달계획서 대상 확대, 지나친 사생활 침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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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부터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등에서 부동산 거래를 할 때는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어제 이런 내용의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지금은 3억 원 이상 주택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고 9억 원 초과일 때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금액과 관계없이 규제지역 내 모든 거래에 대해 제출하라는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세종 대전 등 많은 지역이 대상에 포함된다.

정부는 투기 수요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조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택을 살 때 예금잔액증명서, 증여·상속세 신고서,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 등 개인 정보가 고스란히 담긴 서류를 내야 한다니 과도한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 개인 정보 노출이 우려되고 사실상 부동산 매매 허가제나 마찬가지인 제도를 시행하면서 정부는 사전에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거나 동의도 받지 않았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명목으로 독재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사생활 감시를 강화하는 게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잇단 규제로 부동산 매매와 전월세 시장은 얼어붙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 없는 사람은 급등한 집값 때문에 울고, 집 가진 사람은 급격한 세금 증가로 분통을 터뜨린다. 이런 마당에 고가 주택의 이상 거래를 감시한다는 명분으로 도입한 자금조달계획서를 특별한 이유도 없이 모든 주택으로 확대한다면 거래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19일 “예전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성에서 새로운 접근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에서 벗어나 시장 친화적인 접근법을 모색한다면 환영할 일이다. 개인 생활 침해 등 칡넝쿨처럼 자꾸만 뻗어 나가는 규제를 걷어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금조달계획서#대상 확대#사생활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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