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둥이, 너 있을 곳 아냐” 美부지사 아내 슈퍼서 모욕 당해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10월 13일 12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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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젤 바헤투 페터먼 SNS 캡처
지젤 바헤투 페터먼 SNS 캡처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주 부지사의 아내이자 비영리 설립자인 지젤 바헤투 페터먼(38) 여사가 대낮에 식료품점 주차장에서 인종차별 모욕을 당했다고 CNN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민주당 소속인 존 페터먼 펜실베이니아 부지사의 아내인 페터먼 여사는 일요일인 전날 집 근처 슈퍼마켓에 키위를 사러 급하게 갔다. 잠깐 다녀오는 길이라 경호원도 대동하지 않았다.

키위 세 상자를 들고 계산대 앞에 줄을 선 페퍼먼에게 낯선 백인 여자가 다가왔다. 그러더니, “페터먼과 결혼한 ‘검둥이’ 가 여기 있네”라고 모욕했다고 그는 전했다. 여자는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냐”라고도 했다.

페터먼 여사는 놀라서 얼어붙었다고 한다. 그 여자는 쇼핑하러 돌아갔고, 페터먼 여사는 가까스로 정신을 추스르고 과일값을 내고 주차장으로 갔다.

지젤 바헤투 페터먼 SNS 캡처
지젤 바헤투 페터먼 SNS 캡처
그때 그 여자가 슈퍼마켓을 나와 페터먼의 차 옆으로 다가왔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페터먼 여사는 휴대전화를 꺼내 상황을 녹화했다. 그 여자의 행동을 몇 초가량 포착한 페터먼은 이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영상에선 차량 쪽으로 몸을 기댄 채 보라색 마스크를 내리며 욕설하는 여자의 모습이 담겨 있다. 페터먼 여사는 “나는 이 나라를 정말 사랑하지만 지금 우리는 너무나 크게 분열돼 있다”고 전했다.

브라질 태생인 페터먼 여사는 8살 때 모친과 함께 뉴욕으로 이주한 불법체류자였으나 2004년 영주권을, 2009년 미 시민권을 각각 획득했다.

지젤 바헤투 페터먼 SNS 캡처
지젤 바헤투 페터먼 SNS 캡처
영상은 12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논란이 됐다. 페터먼 여사는 사건 이후 차 안에서 떨며 울었고, 차를 멈추고 경호팀에게 전화를 걸어 혼자 떠난 것에 대해 사과했다고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온라인과 이메일로 숱한 증오 공격의 타깃이 됐지만, 면전에서 인종차별주의자에게 모욕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를 향해 수없이 많은 증오가 퍼부어졌고 나도 거기에 익숙해졌다”면서 “하지만 공공장소에서 내 얼굴에 대고 그런 적은 없었다. 누구라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페터먼 여사는 정치적으로 분열된 국가와 인종차별주의적인 대통령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고 믿고 있다. 그는 “사람들은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보고 있으며, 어쩌면 그런 점이 행동을 더 대담하게 만든다”라며 “사람들이 다름에 대해 그토록 맹목적인 증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섭다. 나는 이런 세상에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공동체 사람들이 “미움의 순환을 깨는 것”을 도와주길 바란다고 했다. 같은 일을 겪을 젊은 이민자들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더 확신하게 됐다고도 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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