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 와중에 또 “종전선언”… 대통령 집착에 국민은 지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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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코리아소사이어티 화상 연례모임 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라며 “종전선언을 위해 (한미) 양국이 협력하고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총살된 직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하면서 거센 논란을 샀지만, 이후 북한이 공동조사 요구에 묵묵부답인 상황에서 2주 만에 다시 종전선언을 꺼낸 것이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기는 멈춰선 한반도 대화를 복원해야 한다는 집념의 표현이겠지만, 온갖 논란도 아랑곳없이 되풀이하는 것은 좀체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은 우리 국민을 무참히 살해하고도 “미안하다”는 한마디 외엔 아무런 조치가 없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국민 피살사건은 이제 끝난 일이라는 듯 북한만 바라보는 구애의 메시지를 연신 보내고 있다.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꺼내놓는 종전선언이니, 그것은 애착도 뚝심도 아닌 집착으로 비칠 뿐이다.

더욱이 북한은 내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을 맞아 대대적인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같은 전략무기를 선보이는 대외 무력시위도 점쳐지고 있다. 남쪽은 안중에 없고 오직 미국을 향한 도발 신호를 보내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그런 북한에 최소한의 태도 변화 촉구도 없이 유화의 손짓을 보내는 문 대통령을 바라보며 국민이 느끼는 절망감과 피로감은 더욱 커질 뿐이다.

물론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일관성이 필요하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대화 국면이 조성되면 종전선언이 다시 빛을 볼 수도 있다. 종전선언은 북한이 비핵화 이행에 들어가면 주고받을 주요 카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실질적인 종전은 없고 이벤트용 선언에 그치는 것이라면 대화 재개의 동력이 될 수 없다. 더욱이 그간의 협상 과정에서 북한도 미국도 관심이 사라진, 사실상 한국만의 애물단지가 된 상황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 북-미 대화가 한창이던 재작년 한반도에 그대로 멈춰 있다. 바뀐 현실에 대한 인식도, 변화를 위한 창의성도 보이지 않는다.


#종전선언#문재인 대통령#한반도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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