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택배노조 “21일부터 파업”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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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0명 분류 작업 전면 거부… 전체 종사자 중 10% 참여할 듯
“업무 늘었는데 보상 못 받아”
업체 “분류작업도 근로에 이미 포함… 대체인력 투입해 배송 차질 최소화”

17일 대전 동구 우정사업본부 중부권광역물류센터에서 택배기사 등 우체국택배 직원들이 밤사이 들어온 택배 물량을 분류하고 있다. 
이날 ‘과도한 업무량 해소’를 요구하며 분류작업을 21일부터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등의 택배기사 4000여 명 중
 3분의 2가 우체국택배 소속이다. 대전=뉴스1
17일 대전 동구 우정사업본부 중부권광역물류센터에서 택배기사 등 우체국택배 직원들이 밤사이 들어온 택배 물량을 분류하고 있다. 이날 ‘과도한 업무량 해소’를 요구하며 분류작업을 21일부터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등의 택배기사 4000여 명 중 3분의 2가 우체국택배 소속이다. 대전=뉴스1
일부 택배기사들이 과중한 업무 부담을 이유로 21일부터 택배 분류작업 거부에 나선다. 올해는 특히 ‘언택트 추석’을 지내려는 사람들이 고향에 가는 대신 선물을 부치면서 택배 물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택배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요 택배업체들은 작업 거부 인원이 적은 만큼 대체인력 투입 등으로 배송에 큰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력 충원 등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택배 분류작업 전면 거부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개별 택배터미널까지 운송된 택배화물을 택배기사가 각자의 화물로 분류하는 작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14∼16일 전국 택배 근로자(조합원, 비조합원 모두 포함) 중 참여 의사를 밝힌 4358명을 대상으로 분류작업 거부 총투표를 실시했고 95%가량인 4160명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택배 근로자들은 5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10%에 조금 못 미치는 택배기사가 사실상 파업을 예고한 것이다. 대책위는 “하루 13∼16시간 중 절반을 분류작업에 매달리면서도 단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분류작업에 추가 인력을 투입해야만 과로사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분류작업은 택배기사의 몫이 아님에도 관행적으로 맡아왔으며 택배 물량이 늘면서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택배업계는 대법원이 이미 2010년에 분류작업도 ‘택배’라는 근로에 포함돼 있다고 판단했음에도 이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본다.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택배 물류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택배업계는 파업에 10% 미만의 택배기사가 참여하기 때문에 심각한 배송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택배 시장의 절반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은 분류작업 거부가 현실화할 경우 추가로 택배기사를 투입하고 기존의 택배기사들에게 물량을 분산해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CJ대한통운은 2만 명 안팎의 택배기사 가운데 5% 수준인 1000명가량이 분류작업 거부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 등도 성수기 작업 인력 증원 등을 준비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21일부터 16일간을 추석 명절 우편물 특별소통기간으로 정하고 분류작업 등에 필요한 임시 인력을 하루 평균 약 3000명 추가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분류작업 거부에 참여한 택배기사의 3분의 2가량이 우체국 택배기사여서 이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셈이다. 대책위는 추가 인력이 투입되면 방침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최근 택배업계 간담회를 열고 명절 성수기 추가 인력 투입 상황을 점검한 데 이어 노조와 업계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김도형 dodo@donga.com·변종국·이새샘 기자
#추석#택배노조#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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